이상규 연세대 보건대학원장 [사진 = 이상민 기자]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활성화와 해외 진출을 위해선 규제, 보상, 검증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장(예방의학과 교수)은 1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헬스케어 2차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디지털헬스케어의 최신 산업 동향과 현안을 주제로 열렸다.
디지털헬스케어는 건강과 의료분야에 정보통신(ICT)이 접목된 산업을 말한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 관리까지 범위가 넓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며 디지털헬스케어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대표적인 영역이 디지털 치료기기와 전자약 등이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규제와 제도가 허술하다. 인허가부터 시장 도입, 수가 등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더미다. 최근 국내에서 1,2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탄생했지만 도입 시기, 처방 방법, 수가 등은 정해지지 못한 이유다. 이 원장은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선 규제, 보상, 검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보다 빠른 인허가 심사 필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은 태동기인 만큼 규제와 제도가 부족하다. 2020년에야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처음 나왔다. 현재까지도 명확한 처방 적용 방안, 건강보험 기준은 없다.
특히 규제는 인허가와 밀접한데, 이전까지 인허가를 위해 여러 검증과 새로운 방법이 시도됐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혁신의료기기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허가에 오랜 시간이 소요돼 현장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또 디지털 치료기기가 건강관리 어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기기와 비슷해 기업들은 인허가를 받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원장은 "신속한 인허가가 중요한데, 다행히 지난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가 도입됐고, 실제 디지털 치료기기 허가로 이어지며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해외는 인허가 뿐아니라 그전에 디지털 치료기기로 허가를 받아야하는지, 시장에 출시해도 되는지 방향을 정해주는 제도가 있다"며 "현재 국내는 이런 것이 없지만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 치료기기 성공의 열쇠는? '결국은 급여화'
확실한 보상 체계도 중요하다. 단순히 허가를 받는 것보다 이후 현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수익성이 있는지가 산업 성장의 척도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수익이 없으면 기업은 망하고 산업은 후퇴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달 파산한 페어테라퓨틱스다. 이 회사는 201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허가 받았다. 현장에선 우수한 효능과 의사와 환자의 호응을 얻었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보상 관련 가장 앞서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5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 후 바로 시장에서 1~2년간 시범적으로 사용하게 해준다. 이 과정을 통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정식으로 급여에 포함 된다. 이 원장은 "해외는 일단 시장에 출시하고 데이터를 모아 급여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용 근거가 중요하고 사용자의 반응이 좋아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적용은 복잡한 문제다. 재정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여러 평가를 거쳐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게다가 디지털 치료기기는 약, 의료기기가 아닌 새로운 형태이기 때문에 경제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도 문제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업무량, 비용, 약의 위험도로 급여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디지털 치료기기는 업무량이 적고 위험도도 낮아, 현재 보험 체계를 적용하면 수가가 나오기 어려운 구조"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여러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검증 과정 통한 데이터 수집 플랫폼 필요"
검증은 시장 진입 후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과정이다, 실제 환자들이 사용한 데이터의 효과 유무를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할을 할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모아지면 정부 기관, 병원 등에서 활용할 수 있고 해당 기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 수가 책정, 그리고 제품 개선을 위한 데이터를 검증해야 하는데 이러한 플랫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세브란스 병원과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유관 기관과 개방형 DTX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고 넘어야 산이 아직 많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결국 정부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순히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많은 부처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논의하고 있다"며 "특히 플랫폼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부분이라 데이터 자체에 대한 것들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