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 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진행됐고 바이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회의 주제를 하나로 정리하면 ‘국가 주도의 바이오헬스 수요 창출을
통해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고 산업화하자’다. 즉 정부가 먼저
국민이 효용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 등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또 윤 대통령은 ‘모든 부처의 산업화’라는 파격적인 지시를 통해 바이오 분야 투자 확대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각 부처는 모태펀드 등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 국책 과제, 제도
개선 등으로 산업의 선순환을 이끌어 내겠다고 호응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데이터 기반 의료·건강·돌봄 서비스 혁신이었다. 의료 디지털 전환은 의료 데이터의 활용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제3자 데이터 전송 문제 등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의료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지난 2월 27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수준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유럽의 GDPR은 개인의 정보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개인 정보이동권은 의료 마이데이터 산업의 핵심 중 하나다. 이번
법 개정으로 우리나라 역시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데이터 기반의 의료 산업이 발전하면 환자는 본인 주도로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적, 맞춤형 의료·건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의료 마이데이터 산업을 육성해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와 혁신 제품을 발굴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AI, 디지털 치료기기 등 의료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들의 연구
개발, 임상, 판매, 수가화, 더 나아가 수요 창출까지 전주기에 걸쳐 적극적으로 지원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1호 디지털 치료기기가 승인됐고, 의료의 디지털 전환 관련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제도화와 급여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지 기대된다.
의료는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뒷받침 없이는 발전하기 힘들다. 이에
정부는 바이오헬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각 기관에 흩어져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부처와 전문가, 산업계를
모두 포함하는 범정부 거버넌스를 구축해 운영하겠다고 했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법을 만들어 서비스
혁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법에는 그간 논의돼 왔던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정부 정책이 모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과 범위, 지원과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보건의료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이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이 된다. 이 뒤를 이어 베이비 부머 세대도 곧 노인 연령에
진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앞으로 의료비 지출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1인당 의료비 증가율은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한다. 이런 속도로 증가하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개인
맞춤형 의료·건강·돌봄 중심 통합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환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 건강 서비스를 받기를 원하고 있고, 현재 이런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돼
보급되고 있다. 과거의 의료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소위 헬스케어 4.0시대가
열리고 있다.
데이터의 원활한 교류와 연결을 바탕에 둔 헬스케어 4.0 시대는 디지털
혁신과 기술의 융복합이 필수조건이다. 이번 회의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의료, 건강, 돌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적극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