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에이아이트릭스’는 응급상황 조기 예측
솔루션 ‘바이탈케어’가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료 인공지능 솔루션으로써는 기술적 관점에서 벗어나 의료 분야에서 진단을 돕는 보조 역할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에이아이트릭스 기자간담회 당시 한 기자는 "바이탈케어는 보험급여가
언제쯤 적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김광준
대표는 "저희도 보험급여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신기술 유예제도(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통해 보험급여
신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험급여로 등록되면 의료기기로써 인정 받아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험급여 인정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일반적인 AI 서비스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낸다.
하지만 의료 인공지능은 다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고, 환자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해도 보험급여에 등재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그러면 또 "보험급여 신청을 하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현재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130개가 넘는다. 상당수 기술들이 벤처캐피탈(VC) 및 AI 전문가로부터 혁신성과 효과성을 인정 받은 기술들이다. 그 중 보험 급여에 임시로(약 3년
간) 등재된 기술은 단 세 개 뿐이다.
현재 한국의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많은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손색이 없고, 일본보다는
단연 앞선다는 평가다.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 보면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의료 인공지능 기업들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면 대부분 영업적자다.
의료 인공지능은 활용될 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뒷받침 해줘야 성장할 수 있다. 앞서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도 급성 패혈증을 미리 판단해 죽음으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AI 기술이지만 병원에서 사용이 인정되지 않으면 다른 산업에는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의료 인공지능 기술들은 기술이 먼저가 아니라 필요가 우선돼 개발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의료 환경에서 특정 부분이 비효율적이거나 시급한 치료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에서 이러한 솔루션들이 활발히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기술인 만큼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임상 근거가 충분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며, 정부도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통해 의료 인공지능 기술들이 의료 환경에 도입되는 길을 만들어 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 세 개만 보험등재에 성공했다는 것은 그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한국에 비해 AI 기술이 떨어지지만 의료보험 제도 상으로는
앞서간다고 한다. 실제 대형병원들은 AI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관리가산 10%를 주는 방법을 택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CT나 MRI를 촬영할 때 AI 기술을
일부러라도 사용할 것이다.
산업은 혁신 기술들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으로, 전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언어지능 만큼이나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충분히 혁신성을 인정 받고 있는 국내 의료 인공지능 기술들이 의료 산업을 이끄는 한 주축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 정부의 귀에도 흘러들어 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