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라는 말에 대해서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새로운 컴퓨터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의학계에서도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습니다. 진단, 평가 등에서 인공지능이나 영상 기술 등이 도입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최근에는 치료에서도 새로운 기술들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디지털 치료제라는 개념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에 기반한 치료적인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습니다.1) 즉, 우리가 보통 의학적 치료에 대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술, 약물
등이 아닌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사실 이미 우리는 많은 방법으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건강 관리 기법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이 스마트 밴드 등을 통하여 우리의
걸음 수, 움직임들을 스마트폰의 앱을 통하여 확인하고 더욱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알림 메시지를 받는
것도 일종의 디지털 헬스 기술 중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건강 증진을 위한 디지털 헬스 기술을 넘어서서 ‘치료제’라는 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연구와 평가를 통해 의학적 목적에 대해 효과성을 가지고 있으며, 위험성이 효과성에 비해 현저하게
적어야 한다는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의료의 특수성과 연관되어 있는데요, 실례로 수많은 약물이 높은
효과성을 기대하면서 개발되지만 이러한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로 탈락하는 결과를 받아들게 됩니다. 인간에게
적용해야 하는 의료적 기법들은 매우 높은 안전성과 효과성을 제공해야 하며, 단순한 건강 증진의 차원을
넘어서서 ‘치료제’라고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학적
검증과 평가를 넘어서야만 의료 전문가들에게 있어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의료 전문가가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ADHD 질환의 경우, 그 특성 때문입니다. ADHD는
기본적으로 뇌의 기능, 그중에서도 인지적 기능의 저하를 핵심 특성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핵심 문제를
명확하게 타깃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인지적 문제를 향상할 수 있는 많은 기법이
제안되어 왔으나 이를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치료적 기법을 적용하기에 시간과 공간적인
제약이 높았고, 또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방법들이다 보니 매일 적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죠.
디지털 치료제는 이러한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최적화된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에게 적용한다는 것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
세대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기에 친화도가 높은 시대입니다. 따라서 디지털화된 치료 기법에
대한 저항이나 거부감 없이 더욱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다수의 정신건강 문제들처럼 ADHD 역시 만성적인 치료적 관리와 교육을 필요로 합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생활 습관을 관리할 수 있는 실시간의 전문가 피드백 및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또한 새로운 대상자의 실생활 데이터의 실시간 수집과 저장 및 이를 가공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들은 디지털
치료제만이 가능한 실제 환경 데이터(Real World Data: RWD)를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디지털 치료제는 벌써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kili Interactive Lab의 EndeavorRx라는 비디오게임형 ADHD 디지털 치료제2)가 이미 개발되어 미국에서는 FDA의 승인을 마친 상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강국, 의료 강국답게 이러한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이러한 치료제들이 연구를 거쳐서 많은 환자분이 이러한 혜택을 볼 수 있는 때가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디지털 치료제가 만능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이러한 치료제들이 폭넓게 적용되는 때가
온다면 마치 병원에서뿐만 아니라, 집, 학교 등 어디서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