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이용해 기존 의약품과 유사하게
질병 치료 기능을 제공하여 1세대 치료제(알약 등 저분자
화합물), 2세대 치료제(항체, 단백질, 세포 등 생물제재)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2020년 맥킨지가 선정한
헬스케어 10대 혁신에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가 나란히 선정되면서, 국내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3세대 치료제에 대한 기술 육성과 산업화 지원 예산편성이 본격화
되고 있다.
3세대 치료제는 기존의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원리의 전통적인 치료제와는 달리 디지털 기반의 질병 모니터링 및 인지행동 또는 행동 조절을 통해
치료효과를 거두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및 안전한 수준의 에너지를 인가하여 뇌신경 활동을 직접 조절하는 치료용 전자약을 통칭한다. 3세대 치료제도 기존 치료제와 동일하게 특정 질환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과학적으로 설계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시판허가를 통해 전자약/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적인
건강관리를 뜻하는 디지털 헬스와 차별화된다. 디지털 헬스는 라이프스타일이나 운동 기록 앱, 복약 알림 서비스, 보건 정보통신 기술(HIT), 원격의료 예약플랫폼 등으로 독립적인 치료적 개입이 없는 디지털 기술이다.
최근 전자약과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 접근성
등 다양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미래 헬스케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약물 대비하여
잠재적인 위해도가 극히 낮은 기본 작용 기전에 따라 독성과 부작용이 거의 없고,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상용화되고 있어 환자 접근성과 관리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기존 치료제의 난제로
꼽혔던 복약 관리를 실시간 및 연속적으로 가능하게 해 약물의 오남용을 원천 차단하고 환자 증상 모니터링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는 미국의 페어(Pear)사가
개발한 약물중독치료 앱인 ‘reSET’으로, 2017년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개발사들이 만든 제품들이 속속 FDA 승인을
받고 있다. 2017년 프랑스 볼룬티스사(Voluntis)의 2형 당뇨 치료 앱 ‘Insulia’, 2018년 미국 팔로 알토(Palo Alto Health Science)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및 공황장애 치료 앱인 ‘Freespira’, 2020년 미국 페어사의 불면증 치료 앱인 ‘Somryst’와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사의 소아 ADHD 치료 게임 ‘EndeaverRx’등이 현재까지 FDA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전망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미국의 디지털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2017년 8억9000만 달러에서 2023년 44억 2000만 달러로 연평균 30.7%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올해 4월 1일부터 ‘reSET’, ‘Somryst’ 등에 대해 새로운 보험코드를 부여하기로 결정해 본격적으로 디지털치료제가 급여권으로
들어서면서 그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 시판허가를
통해 시장 진입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식약처의 품목 코드가 생성된 것은 2019년이며 많은 기업들이 이제 막 품목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와중에 3세대 치료제 중 전자약에서 먼저
확증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고 시판허가를 획득한 사례가 창출되어 정부부처, 업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와이브레인의 마인드스팀은 재택 우울증
전자약으로 의사 처방을 받은 후 환자가 재택에서 편리하게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상용화에 성공한 3세대
치료제이다. 식약처의 3등급 하드웨어 의료기기로 분류돼 기존의
명확한 분류체계 내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우울증이라는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한 확증임상시험을 통한
국내 3세대 치료제 최초의 허가 사례이며, 재택 전자약으로는
전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제품이다.
마인드스팀은 최초의 개발부터 시판허가까지 수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느라 10여년의 시간이 걸렸지만, 시장에서는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자리매김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5년 전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전자약 안전 가이드라인을 공동 출간하여 이 분야 상용화의 시작을 알렸고, 작년 세계최초 시판허가에 이어
올해 정신과 전문의 중심의 대한뇌자극학회와 공동으로 우울증 전자약 치료 지침서를 출간해 배포하여 본격적인 의료시장 진입을 시작했다. 이와 같은 전자약의 성공 사례는 향후 국내 3세대 치료제의 비전을
선도하고 시장을 개척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재택 전자약은 디지털 치료제의 모범답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