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로 치부되던 디지털치료제가 현실로 한 걸음씩 다가오면서 정부와 업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발은 물론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적극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가운데 약국의 역할이 어떻게 설정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단순히 디지털치료제의 분류 문제를 넘어 ETC·OTC는 물론 처방 및 조제 등의 현재 보건의료시스템에 어떻게 안착시킬지 한층 더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지만 비대면방식이 부각되면서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디지털치료제 시장은 아직은 개발에 집중되고 있지만 2018년 1.9조원에서 2024년 4.7조원으로 연평균 15% 이상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력확보나 규제 등의 인프라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정부, 산업의 관심이 이어지면 해외사례를 참고해 적극적인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가진단키트 역시 지난해 첫 허가 당시에는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제한적인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확진자의 증가로 정부정책이 변경되자 지금은 대세품목이 됐다.
업계 관계자 역시 “디지털치료제가 어플리케이션을 많이 사용하는데 약사법 상 광고등의 제약이 많은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업체에서 환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 대형사를 중심으로 적지않은 업체들이 뛰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치료제 역시 아직까지는 자가진단키트의 사례처럼 의약품·질병의 정보전달 및 복약보조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조제로서 주 약물의 효과를 올려줄 수 있는 데이터가 확보되면 급여등재도 멀지 않은 이야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다제약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면서 복용효과를 강조해 건보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가치가 인정된 디지털치료제의 급여등재는 방법의 문제일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관계자는 “항궤양제 라니티딘을 보더라도 주 약물의 위장관계 부작용을 제어하면서 환자들이 약물을 더욱 잘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제지만 치료제 이상가는 매출을 올려왔다”면서 “국내 보험제도상에서 실제로 효과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있겠지만 상용화가 먼미래 이야기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실제 사용될만한 디지털치료제의 출시가 얼마남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배경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당뇨환자들을 위한 디지털치료제 ‘당당케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당케어는 환자들의 식단 및 운동에 대한 건강한 생활습관을 조성하고 당뇨병의 치료에 도움일 될 수 있도록 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당뇨병학회와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보건소 두 곳에서부터 파일럿으로 시작, 올해 안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적극적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제품도 아닐뿐 아니라 실사용 이후 보완해야할 점들도 발견되겠지만 대형 글로벌사에서 디지털치료제를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
배경은 대표는 “개인정보의 활용면에서는 업체들이 주의를 해야겠지만 국내에서는 단일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정책적인 지원만 이어지면 디지털 솔루션은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정부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보건복지부·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범정부차원에서 산업육성을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8월 식약처에서는 디지털치료제·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구체적인 허가심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대로 쌓아놨다.
여기에 식약처는 최근 그동안 약학·화학·생물학 등의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됐던 심사부서에 IT전문가를 배치하고 디지털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어느정도 확보했다.
향후 IT심사인력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시장의 디지털치료제 허가수요에 맞춰 향후 허가과정에서 옥석가리기를 제대로 해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유통 환경상 약국의 역할은 ‘미지수’
다만 디지털치료제의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허가 및 급여등재 등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 유통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약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못하다.
지난해 진행된 식약처 규제과학포럼에서는 국내 보건의료제도의 특성상 약국의 역할이 설정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치료제는 온라인약국에서 환자에게 전달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온라인약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라는 내용이다.
미국에서는 온라인약국에서 처방전을 받으면 상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다운로드 링크를 통해 환자에게 전달(조제)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미국에서도 디지털치료제를 약으로 볼 것인지 의료기기로 판단할 것인지 품목이 허가될때마다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에서도 고민할 필요는 있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물론 미국의 사례에서는 처방이 필요없는 OTC로 허가되는 디지털치료제도 있기 때문에 약국의 위기만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지역의 한 약사는 “디지털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약국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가져오는 것이 능사인지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다운로드 같이 기술적인 작업도 있기 때문에 약국의 현대화 등 대다수의 약국에서 핸들링이 가능할지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