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우려 줄이고 활용가치 높이려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한 조사기관에 의뢰해 특정 질환에 대한 질병으로 3개월 이상 치료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인식 및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76.8%가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반면 오류나 의료사고 위험성, 개인정보 보호 및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응답했다.

4차 산업혁명기술이라는 단어가 나온 지 불과 몇 년이 되지 않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것을 보고 향후 관련 기술 개발과 임상현장에 도입하기 위한 국민적 저항이 상당히 경감된 것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점은 환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갖는 불안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이해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술적 동향을 분석하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의료기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기존 진료나 진단에 대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환자들이 갖는 우려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제1차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으로 30개 기업이 인증(2020년 12월 1일~2023년 11월 30일·유효기간 3년)을 받아 정부 주도 연구개발(R&D) 사업 등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또 제2차 인증에는 총 47개 기업이 신청했으며 서류·면접심사와 의료기기산업육성·지원위원회(위원장 복지부장관) 심의·의결을 거쳐 사업 혁신성·구체성·발전 가능성 등이 우수한 11개 기업(혁신선도형 2개·혁신도약형 9개)이 최종 인증을 받았다. 이 가운데 소프트웨어 관련 제품(Software as a Medical Device·SaMD)은 모두 5개로 대부분 진단에 사용되는 것이며, 현재 활발히 개발되는 제품 역시 영상진단 혹은 체외진단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보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치료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진단·치료를 보조하는 기술로서 치료효과를 높인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는 진단이 아니라 치료에 개입하는 의료기기라고 할지라도 의료기기 단독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최종적으로 의료진의 전문적 지식에 근거한 결정에 따라 사용되는 만큼 현재 의료진이 전적으로 판단하던 것을 진단·치료를 보조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에 있어 여전히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했고, 유럽처럼 개인의 선택권에 중심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 또한 구축한 상황이다. 물론 사이버 보안에 대한 대비가 없다면 원하지 않는 외부 개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만이 아닌 전 세계 공통의 문제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 등 국제기구 중심으로 규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있고, 의료기기산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개인정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이를 위반할 때 강력한 조치를 통해 피해자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법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또 다른 우려사항은 비용 문제다. 기존 기술을 개선한 의료기기는 시장에 출시될 때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는 물리적인 제품이 갖는 특징으로 제품수명이 다할 때 기존 제품에 대한 시장가치를 반영해 신제품 가격을 높이는 구조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진단 정확성뿐만 아니라 비용에 대한 절감효과가 매우 크다. 기술 혁신성이 대부분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이용하다보니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생산단가도 줄어들고 진료·진단에 대한 효율적 운영으로 인해 전체적인 비용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임상에 적용한다면 당연히 적은 비용으로 더욱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웨어러블 홀터진단기에 대한 급여가 결정됐을 때 기존 제품이 48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된 것과 달리 새로운 제품은 2주간 착용하고 심장 이상을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이는 2주라고 하는 물리적 시간과 절대적 비용은 증가했지만 결국 정확한 진단을 통한 비용효과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 무조건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기에서 혁신기술 발전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은 기존에 하지 못했던 진단이나 치료효과를 높이고 개인 맞춤형 의료기기 역시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마 전 발표된 대선공약을 살펴보면, 스마트병원이나 단골약국제의 경우 도입 가능한 기술이 진료나 치료정보에 대한 이동과 공유다. 이는 환자와 병원 그리고 약국 등의 필요에 따라 실시간 정보가 공개되고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병원이 보건의료인에 대한 노동 강도를 줄이고 환자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병원 간 이송에 따른 불편을 해소할 수 있게 되고 그 최종 혜택은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분야에서 정보 비대칭의 격차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보건의료인과의 소통이 확대된다면 신뢰성 역시 높아져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물론 기술이 갖는 불완전성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겠지만 오히려 실시간 즉각적인 대처를 통해 부작용에 대한 범위를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불안이 높아지는 만큼 규제는 이러한 불안과 예측성을 반영해 허가 전 철저한 검증을 하고, 의료기기산업계 또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이 같은 불안전성을 줄여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