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약제 아닌 데이터" 선택 폭 넓어진 제약영업

코로나 대유행이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장이다.

'비대면'을 핵심 키워드로 새로운 기술 활용 포문이 열린 만큼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치료제 등 주요 분야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업화까지 기대되자 정부도 이에 발맞춰 제도 정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영향에서일까.

상업화를 앞둔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스카우트하기 위한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주요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 인력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제약‧바이오 분야와 마찬가지로 병‧의원에서의 활용이 기업의 매출 상승과 직결되는 만큼 영업 인력 채용이 필수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제약사 영업사원 경력직 채용은 EMR이나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집중되는 양상.

실제로 EMR을 개발 중인 A 기업은 'IT회사에서 경구제가 아닌 데이터 기술 영업을 해보고 싶은 분'을 뽑고 싶다며 제약사 영업 경력 직 채용 공고를 올리는 가하면 B 의료기기 기업은 팀장급으로 대학병원 영업 경력자를 우대하는 채용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공통으로 제약사 영업 경력을 요구했다.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돼 비대면 영업‧마케팅이 활성화되면서 일각에서는 대면영업을 책임지던 제약사 영업사원의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평가했지만 오히려 제약영업 경력을 바탕으로 한 직업 선택 폭이 넓어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도 결국 국내에서 매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병‧의원에서 이를 활용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수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수가가 책정된다면 의료기관에서 이를 활용하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병‧의원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를 안내하는 영업 인력이 필수적"이라며 "디지털치료제나 클라우드 EMR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계속 커질 것이다. 영업사원들에게는 새로운 직업 선택 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에는 벌써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최근 디지컬 헬스케어 기업들이 제약사 출신 영업사원을 뽑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

한독의 경우 근감소증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웰트에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공동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 역시 디지털 치료에 대한 연구 협력과 외부 투자를 추진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코로나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해 광속 TF를 설치하는 한편, 계열사인 코리테라퓨틱스를 통해 암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헤링스에 4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향후 개발 품목 상업화 시 영업‧마케팅에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했다.

네이버 클라우드 류재준 이사는 "사실 제약사가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지분을 투자했다고 해서 특별하게 임상과정에서의 역할을 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임상을 진행한 후 식약처 허가 이후의 과정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 이사는 "아무래도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향후 임상에 따른 상업화 과정에서 병원의 영업, 마케팅 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즉 제약사들은 지분 투자를 통해 향후 영업, 마케팅 과정에서의 우선권을 얻기 위함"이라며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 병원 영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배경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