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디지털 치료제, 마약성진통제 대체·우울증 효과

VR(가상현실)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통증 개선·정신질환 치료·재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 유경상 서울의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2021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이러한 사례를 소개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VR 치료는 주로 환자가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유 교수는하루종일 병상에 누워 있는 통증이 심한 환자의 입장에서 주치의가 와서 물어보고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되면 고통스러울 것이라며이런 환자들에게 VR 헤드셋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여주면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증 또한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실제 통증을 겪는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VR 시험군은 일반 TV를 시청한 환자들에 비해 통증지수가 더 낮아졌으며, 중증환자에서는 약 3개 가량 더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통증 완화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 등이 흔히 쓰이는데, 대표적으로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은 중독성이 강해 현재 미국에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47000여명이 오·남용으로 사망하고 170만명이 중독 질환을 앓고 있다

때문에 VR 치료제가 해당 진통제의 새로운 대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유 교수는 “VR과 오피오이드 약물의 작용 기전은 비슷하게 나타난다면서이를 통해 고통으로 인한 일상의 간섭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치료제는 중증 입원환자 외에도 어린이 환자의 화상 드레싱, 분만 시 통증 감소 등에서도 효과를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VR로 폭력성·우울증·섭식장애·약물복용도 등 정신계 치료 가능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계 질환 치료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교수는 바르셀로나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환자 자신이 가상현실 속 다른 인물이 된 것처럼 뇌를 속이며 치료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유 교수는일례로 가정폭력 가해자가 VR을 통해 피해자 역할을 수행케 한 결과,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민감도(상대방의 두려움을 인식하는 정도)가 회복되고 가해 성향이 나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울증 치료도 가능하다. 유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일반적으로 스스로 위로하기 힘든 경향이 있다. 이에 가상현실 속 인물을 자신이 위로하고, 이후 본인이 그 인물이 돼서 자신을 위로하는 훈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전적인 심리학 실험을 적용해 섭식장애를 치료할 수도 있는데, 같은 크기의 과자를 여러 크기로 보이게 함으로써 환자에게 자유롭게 섭취토록 유도한다. 같은 크기지만, 과자가 작게 보이면 환자가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순응도가 낮은 환자들도 교육할 수 있다. 유 교수는증상이 없음에도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가상현실을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면역세포와 약물 관계를 직접 살펴봄으로써 약물 복용도를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금년 약 25000억원에서 오는 2025 83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실험이 요구되지 않으며, 임상시험 기간도 신약에 비해 짧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 더 활발히 개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