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분야에 디지털 활용"…글로벌사, 'DX' 가속화

기술 고도화 및 의료에 대한 니즈(수요)가 세분화되면서 신약개발 분야도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과정에 디지털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 창업한 스트라오테오스(Strateos) 기업은 제약사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동사의 스마트랩 플랫폼에 전 세계 어디서든 24시간 접속해 신약개발 연구 업무를 위탁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스트라오테오스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Menlo Park)와 샌디에고 신약개발 연구 스튜디오에 로봇팔을 비롯한 최첨단 연구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IoT(사물인터넷)를 통한 고도의 소프트웨어 제어로 그동안 어렵다고 알려진 신약연구의 다양한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고품질의 실험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랩 플랫폼에 연구내용을 의뢰하면, 스튜디오에서 자동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의뢰자는 그 결과를 데이터로 받아볼 수 있어 실험에 걸리는 작업시간을 평균 약 90% 단축할 수 있다. 이에 가설 구축, 데이터 분석·고안 같은 크리에티브한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하다.

글로벌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y)는 스트라오테오스와 제휴해 로봇 클라우드 랩인 ‘Lilly Life Sciences Studio Lab’(L2S2)를 개설, 로봇으로 자사 신약개발 프로세스 전체(화합물 디자인·합성·정제·분석·샘플관리)를 자동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원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재현성 높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주에서 한 달 정도 걸렸던 합성부터 평가까지의 사이클을 2시간에서 수일로 단축시켰다.

스트라오테오스는 스마트랩 플랫폼과 같은 서비스가 보급되면 제약사는 실험설비 자원의 제약 없이 풍부한 실험설비를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고, 사람의 개입이 없어 실수가 줄어 신약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정밀도가 높아져 보다 다양한 의약품 연구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글로벌 기업이 된 모더나 역시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모더나는 모든 치료제나 백신을 mRNA를 사용해 개발하는 ‘mRNA 플랫폼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mRNA 플랫폼 전략을 뒷받침한 것이 디지털 전환으로, 모더나는 제약사지만 기술기업처럼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디지털 전략으로 최첨단 인프라 환경에 투자하고 있다. 업무 전반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사내 데이터를 곧바로 클라우드 기반으로 이행해 통합하고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자동화나 로봇 도입을 추진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여기서 얻은 대량의 데이터와 정확한 분석을 기반으로 고속 PDCA사이클을 구축해 mRNA플랫폼을 실현하는 등 개발기간, 비용, 신약개발 표적 모색 등 다양한 과제를 mRNA와 디지털로 해결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연구·개발(R&D) 시스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상시험 검체 분석기관(GCLP)으로는 국내 최초로 ‘실험실 정보관리 시스템(LIMS)’를 도입했다. 지난해 6월부터 약 1년 동안은 시스템 구축 및 컴퓨터 시스템검증(CCSV) 프로세스를 마쳤다.

LIMS는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인 다쏘시스템(Dassault Systèmes)의 ‘BIOVIA ONE Lab’ 플랫폼을 기반으로 검체 입고부터 분석, 보관, 반출까지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수기로 진행되는 방식과 달리 완전성·정확성·일관성 등을 포괄하는 데이터 완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지난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3 비바 서밋 코리아’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황재선 디지털혁신실장(부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넥스트 팬데믹에서 조금이라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종이, 아날로그 중심에서 디지털화에 나서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은 신약을 훨씬 더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