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 ‘디지털 헬스케어’ 어디까지 가능할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 가상현실, 마이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결합하며 발전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가 활발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소기의 성과나 구체적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 잠재력에 먼저 주목하며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애플도 주목하는 웨어러블 헬스케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한 사례는 웨어러블 기기가 있다. 웨어러블이란 일반적으로 신체에 착용해 센서, 프로세서 및 통신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기기를 말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능이 추가된 기기는 착용자의 건강, 활동 수준 등 다양한 데이터를 파악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이용자는 어디서든 편안하게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은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통해 혈당을 측정하도록 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관련 앱을 설치한 후 스마트폰을 센서에 갖다 대면 1초 만에 혈당 수치 확인이 가능하다. 보건소나 병원에 방문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이다.

또한 착용자의 건강, 활동 수준 등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건강 모니터링, 생체 신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웨어러블 기술의 사용은 2023년 기준, 4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삼성전자,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은 웨어러블 기기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를 활용해 수면 무호흡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돕는 기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지난 5일 허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승인받은 ‘수면 무호흡 조기 발견 지원 기능’을 통해 수면 질환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기회로 바라본다.

애플의 경우 혈중 산소 포화도 모니터, 기본 수면 추적 등 기능이 포함된 ‘애플워치 시리즈7’을 출시한 바 있다. ‘시리즈9’는 사용자의 체중이나 생리 데이터, 약 복용 여부 등을 음성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현재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술은 발전이 지속되고 있다. 오랜 시간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사용자 신체에 맞게 착용할 수 있는 요구사항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강지형 교수 연구팀은 자가 치유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고분자 설계법을 지난 8월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잘 찢어지지 않는 설계법으로  향후 웨어러블 기기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웨어러블 기기 기반의 데이터 분석으로 개인화된 건강 관리가 용이해질 것으로 평가한다. 또한 의료 전문가와 보험사 등에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는 형태도 발전할 것으로 예측한다.

VR 건강 치료, 교육 현장서 실습도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이른바 ‘의료 VR’도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의료 분야의 가상·증강현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3조 원)를 넘어섰다.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는 않았지만 의료 VR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몰입 환경으로 환자의 통증 치료를 원활히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 고통을 느끼는 원인에 심리적 요소가 포함되며 환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통증의 정도가 달라지는 이유에서다.

워싱턴 대학교와 UW 하버뷰 화상 센터에 따르면 피부 의식 후 물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VR에 몰입하면 통증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에 집중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연구팀은 VR 기기로 급성 및 만성 통증을 완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VR 기기를 체험한 재향 군인의 약 85%가 불안감 감소를 경험했다. 또한 65% 이상이었던 통증 강도가 평균 30% 수준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국내 의학 연구개발기업 뉴냅스의 경우 VR 기반 시각자극 소프트웨어 ‘비비드브레인’을 통해 뇌 손상으로 인한 시각 장애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확증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의료 VR을 교육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모양새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위험 없이 수술 과정을 연습하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의 경우 VR 헤드셋 ‘퀘스트2’를 통해 오하이오주 정형외과 레지던트들의 3D 수술 시뮬레이션을 지원하고 있다. 헬스케어 메타버스 기업 펀더멘탈VR은 외과 의사가 실제 환자를 수술하기 전에 통제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VR 솔루션을 개발했다.

의료 분야에서도마이데이터’ 활용↑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활용도 주목받는 추세다. 의료 분야에서 마이데이터란 자신의 개인 건강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의료·공공기관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의료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활용이 기대되는 이유는 효율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까닭이다. 만약 마이데이터 활용도가 적극적으로 높아질 경우 환자들은 진료받은 병원뿐만 아니라 외부로의 개인 건강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개인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병원에서나 동일한 진단을 받을 수 있으며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 등 환자 편익이 증대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도 마이데이터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영국은 2018년 말부터 정부 차원에서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를 운영하며 마이데이터 사업자 디지미가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5년 ‘All-of-Us’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 데이터 등 정밀의료 기반 보건의료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이른바 ‘마이 헬스웨이’ 구축을 시작하면서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 방안을 2021년 2월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마이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실제 정책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아직까지 의료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활용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데이터의 표준화 및 전송 등 제도 개선과 기술적 개발 문제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도 요구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의료 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데이터를 통한 개인 맞춤화된 치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마이데이터 관련 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의료 데이터 안전성 강화

이 외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개인 건강 기록, 현장 진료 등 특정 유형의 의료 데이터 안전성 목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무결성 강화로 의료 데이터 보안 강화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의료 데이터의 보안뿐만 아니라 약물 추적성을 강화시켜 가짜 의약품이 공급망에 유입될 가능성도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 시점부터 최종 고객까지 처방약 흐름을 추적해 공급망 관리의 투명성이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의료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시도는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헬스케어 데이터 양방향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가 블록체인 솔루션 ‘레몬체인’을 자사 실손보험 앱 ‘청구의 신’에 적용한 바 있다. 메디레저(MediLedger)라고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 의약품 공급망 프로젝트는 처방약에 대한 추적 시스템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산업으로 확장되며 필수적으로 성장할 산업”이라며 “ICT, AI 등과의 결합으로 신약 개발 같은 성과도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활용한 시장은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더스트리 아날리스트(GIA)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525억 달러(약 206조 원)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맞춤형 헬스케어 수요의 증가, 데이터 기술 발달로 2027년 5088억 달러(약 68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