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도 눈독 헬스케어의 미래 ‘의료 AI’, 방향성은 다각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의료 AI’가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전략적 비즈니스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경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요건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AI 도입은 발전이 필요하지만 의료 업계에서는 운영 간소화, 신약 개발, 기존 제품 개선 등 효율성 향상을 기대하며 연구개발 및 사업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가파른 성장세 예측되는 의료 AI 시장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 접근성 및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 서비스 제공, 관리 및 연구에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광범위한 기술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AI와의 결합으로 환자 치료를 강화하고 운영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건강 관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인력 등 의료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대규모 의료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시장은 더욱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AI가 포함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시장을 2023년 146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로 예측했다. 또한 연평균 47%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8년 1027억 달러(약 1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데이터화로 업무 효율성 증대

의료 AI가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의료 기록 관리, 디지털 상담 등 의료정보시스템(HIS: Hospital Information System)이다. 의료 기관은 환자를 대신해서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비즈니스 운영상에서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의료 AI 적용으로 관리·청구 과정에서의 간소화, 임상 문서 개선 및 의사 결정에서의 인사이트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는 ▲환자 및 의료 전문가에 대한 통찰력 ▲환자 치료계획 준수 및 순응도 향상 ▲선제적 위험 및 컴플라이언스 대응 등에서 이점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AI 기술과 인사이트를 활용해 ‘추측한 것’이 아닌 ‘아는 것’에 기반해 의사 결정이 가능해져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점에 주목해 병원 운영상에서 AI를 활용, 인력과 자원을 조정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의료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코르티는 병원을 대상으로 AI 코파일럿을 제공하고 있다. 코르티의 시스템은 의료 기관에 걸려온 전화를 녹음한 후 서류 작업 과정을 자동화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 유럽, 영국, 미국의 60개 병원에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 효율적 분석으로 신약 개발 가속화

의료 AI의 장점은 속도와 효율성, 정확성 등이 요구되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두드러지기도 한다. AI로 화학 구조, 생물학적 상호 작용, 임상 시험 결과와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의 효율적 분석이 가능한 까닭이다. 이로 인해 잠재적인 신약 후보와 안전성을 예측하는 데 도움되며 약물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로 시장 육성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에서는 AI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AI를 활용한 데이터 활용체계 및 공동연구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AI 활용을 확대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성공 가능성을 높여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AI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국내외 기업들도 신약 개발 성공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추세다. 신약 개발사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벤처케피탈로부터 2억 7300만 달러(약 3680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제너레이트에 따르면 암, 전염병 및 면역 질환과 같은 다양한 질병 분야에 대한 개발 프로젝트 지원이 기대된다.

또한 국내 오가노이드(유사장기) 전문기업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는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AI 기반 신약개발 스타트업 아론티어와 협력하며 개발 과정에서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래디언트 바이오컨버전스 이진근 대표는 “AI와 오가노이드 기술은 혁신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고 전했다.

의료 기술 개발 위한 국내외 연구 사례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의료 기술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사용해 패턴을 효율적으로 식별함으로써 개인의 환경, 생물학적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 진료가 가능해진 이유에서다. 향후 정밀 의학 분야에서의 중추적인 역할도 기대된다.

특히 구글은 이런 기술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구글은 미 국방부와 협력해 의사의 암 식별을 도와주는 AI 기반 ‘증강 현실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를 두고 CNBC는 아직 초기 단계로 환자 진단에 적극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2차 소견을 쉽게 얻을 수 없는 소규모 연구소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으로 소개했다.

또한 구글 딥마인드는 AI를 통해 인체에 유해한 유전적 돌이변이를 예측하는 데 사용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은 ‘알파미센스(AlphaMissense)’라는 AI 기술로 유전자 코드의 한 글자가 바뀌는 7100만 개의 돌연변이를 모두 평가했다. 이 기술로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위주로 시장 육성 의지가 표출되고 있다. 의료 AI 기업 뷰노와 루닛이 대표적이다. 뷰노의 경우 AI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기기 뷰노메드 딥카스를 중환자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Critical Care’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 뷰노는 실제 임상 환경 및 전향적 연구에서도 일관된 예측 성능과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소기의 성과도 도출했다. 뷰노에 따르면 뷰노메드 딥카스를 도입해 청구한 의료기관이 기존 연내 목표였던 40곳을 8월 내 달성했다.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한 루닛은 지난 2021년부터 면역항암제 분야 학회 SITC에 해마다 참석해 최신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 중심 연구초록 6편을 포스터 발표할 예정이다.

기술·인지적 문제에서 해결 필요해

현재 정부부처, 기업 모두 의료 AI의 잠재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의료정보시스템, 신약 개발, 기술 연구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는 의료 AI에 주목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 분야의 AI 적용에 대한 우려 섞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아직 AI가 가미된 의료용 기술은 안전성 및 임상적 유효성에서 충분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AI 기능에 대한 신뢰 획득 역시 요구된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가 1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을 진단하는 데 AI에 의존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으로 응답했다. 정신 건강 지원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79%가 AI 챗봇 등 AI 사용을 부정적으로 내비쳤다. 이런 부정적 인식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