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함께 디지털 치료제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될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의 발전 현황과 약사의 역할을 심도있게 짚어본다.
디지털 도구를 통해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란 질병 또는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컴퓨팅 플랫폼, 소프트웨어 및 센서와 같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고 이를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기술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에 대한 보다 전체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효율적으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추적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환자의 건강 상태를 추적 및 관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치료제를 디지털 치료제라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의료 개입 시 사용되며 입증된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치료되지 않거나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상태에 대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자가 관리 도구로 환자에게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고 약물, 장치 또는 기타 요법과 함께 사용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과연 걱정없이 사용할 수 있는가
일반적인 치료약과 개념이 다른 디지털 치료제의 등장은 혁명적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사용 시에 주의해야 한다.
먼저 디지털 치료제는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기구 등의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용법과 복약이행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의 사용법이 복잡하고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면 사용 중단은 물론 노년층의 순응도가 떨어지고,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해외 디지털 치료제 사례
프랑스 볼룬티스(voluntis)의 insulia는 2017년 11월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승인을 받았다. 제2형 당뇨병 인슐린 투여 용량 계산을 목표로 하는 모바일 앱 형태이다. 환자가 혈당 수치를 어플에 입력하면 내장된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슐린 권장 투여 용량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각각의 적절한 용량의 약물을 투여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2019년 7월 볼룬티스의 항암치료 증상 자가 관리앱인 올리나(Oleena)가 이어 허가를 받으면서 디지털 치료제의 본격 등장을 알리게 됐다.
이후 미국의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의 EndeavorRx라는 디지털 치료제는 2020년 6월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이 외에도 미국의 GAIA AG의 경증 우울증 환자 대상 인지행동치료(CBT)목적의 deprexis, 스웨덴 오렉소(Orexo)의 알콜중독 치료제인 볼비다(vorvida) 역시 치료 효과를 입증받아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 중에 있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다
그렇다면 국내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 현황은 어떠할까?
2019년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 의료기기 지원법이 제정되고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 심사 및 허가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서 국내에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다양한 디지털 치료제 및 스타트업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웰트(WELT)는 사용자가 자신의 생활습관 및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벨트 형식의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 중에 있으며, 스마트 벨트를 활용한 '근감소증'의 치료를 목표로 한다.
국산 1호 치료제로 알려진 에임메드(AIMMED)의 솜즈(Somzz)는 환자의 수면활동을 분석해 권고사항을 제공하고 각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불면증을 입체적으로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이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 한독, 동화약품 등의 전통적인 제약사도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 및 직접적인 개발에 뛰어드는 등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해외 사례로 미리 보는 약사의 역할
현재 해외 시장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중독, 불면증, ADHD, 당뇨병 등에 사용한다. 일부 디지털 치료제들은 전문적인 약물치료를 위해 처방전이 필요하며 전문가인 약사의 직능을 요구한다.
소아 ADHD 치료용 디지털 게임인 Endeavor Rx는 담당 의사가 PhilRx라는 약국 플랫폼으로 처방전을 보내면 플랫폼에서 환자에게 DTx 등록코드를 송부한다. 약사는 디지털 치료제 설치를 돕고 사용법 교육, 조제 및 상담을 진행한다. 당뇨병 치료제인 Insulia와 BlueStar Rx는 OTC로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는 Blue Star와 달리 인슐린 병용 관리를 위해 처방전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약사는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받은 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앱을 통해 환자가 약물을 알맞게 복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실시간 건강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복약상담을 진행한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도입 시, 약사의 역할에 대한 제언
디지털 치료제는 현재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의약품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약사는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적용 시에는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고, 이때 소프트웨어 및 기계공학적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급여 적용이 된다면, 소프트웨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보험급여액의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날 수 있어 신중한 결정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제는 지속적인 환자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며 센서 부착 치료제나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 정보 추적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문제점을 진단 및 분석할 수 있으며 약물복용이나 치료지침 미 준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환자 입장에서는 약을 제 때 복용하는지를 감시한다는 의도로 비출 수 있기 때문에, 약사는 소비자 친화적인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복약 순응도 및 치료 효과를 높이는 의도를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치료제는 개인 맞춤형 치료에 유리하며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에 정착될 수 있다. 이는 맞춤 의료 및 정밀 의료를 지향하는 보건의료의 방향성과도 부합한다. 또한 기존에 임상적 근거가 미비했던 디지털 헬스와의 차이점이 될 것이며 디지털 치료제의 부상은 기존의 디지털 헬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약사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올바르게 치료제 개발에 사용될 수 있도록 중재 및 연구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