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사회 속에서 변화하는 삶을 살고 있다. 불과 20년 전에 최초로 나타난 스마트폰이 일상생활 필수품이 됐고, 인공지능(AI)과 의사소통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월 국내 첫 허가를 시발점으로 기존 의약품을 대체·보완하거나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시장에서 관심이 부쩍 늘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도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 업체가 미래 가치를 인정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부도 디지털 헬스케어 신시장 개척을 위해 아낌없는 정책과 지원 전략을
공개하는 등 올해 최고 화두는 단연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말할 수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란 의약품이나 기존 의료기기와 달리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질병이나 장애를 치료·예방하는 의료기기다. AI, 게임, 확장현실(XR) 등을 활용해 각종 질병을 예방 및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다. 약물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부작용
우려는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또 많은 환자에게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어 차세대 치료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9년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게임을 권장했다.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라고도 하고, WHO의 근시안을 비웃는 얘기도 들리지만 특정 질환에 대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은 이제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특히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는 약물
복용에 대한 거부감과 부작용에 대한 걱정 대신 게임을 통해 집중력 향상을 유도, 점진적이지만 근본적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료와 게임, 하드웨어(HW)와 SW가 융합된 디지털 치료기기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효과적 영역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환자 참여도를 높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ADHD 환자는 약물을 투입하는 수동적 대상에서 자발적으로
몰입도를 높여 줄 수 있는 '게임'을 활용해 거부감을 낮춰
치료하며, 능동적 주체가 돼 효과적이다. 비슷한 맥락의 치료
형태인 '놀이치료'에 대한 보호자의 인식과 같이 '게임형 디지털 치료기기'는 부정적 인식이 있는 '게임'이라는 형식에 '치료'라는 내용을 결합, 게임의 약점이 가장 효과적 강점으로 '환골탈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활용해 1세대 게임 개발사 드래곤플라이는 ADHD 환자 대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게임형 디지털 치료기기 '가디언즈DTx(가제)' 임상에 나선다. 지난해
가디언즈DTx는 프로토타입 버전을 완성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해당 여부를 확인받았다. 올해 본격적인 임상에 앞서 '국제의료기기전시회'(KIMES)에서 공식적인 프로토타입 버전을 공개, 여러 유관 기업에
알렸다.
이제 차세대 치료 패러다임으로 불리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지금부터는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몰입하도록 하고, 지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게임업계(기술성)와 보건 의료계(목적)의
인력 및 역량을 총동원해서 이종사업 간 협업을 극대화하고, 정부는 정책과 제도 개선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치료기기가 일신우일신, 치료제
시장의 중심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제 역할을 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