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이 16일 판교 테라젠바이오 본사에서 DTC 유전자검사 키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오승현 기자
"인구 노령화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질병을 미래에는 국가
재정으로 모두 감당하기 힘듭니다. 초고령사회에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단과 치료에만 집중된
의료 투자를 예방으로 확장해 조기에 치료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겨야 합니다."
황태순(사진)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테라젠바이오 대표)는 16일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본격적인 DTC(직접시행) 유전자검사 시행을 "예방 의료 시대의 첫발"라고 힘주어 말했다.
소비자 대상 DTC 유전자 검사는 무려 6년 6개월의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공식 시작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유전자 서비스의 상업화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로부터 지난해 12월 말 정식
허가를 받은 국내 유전자 진단기업은 테라젠바이오·랩지노믹스(084650)·마크로젠(038290)·엔젠바이오(354200)·제노플랜코리아·클리노믹스(352770) 등 총 6곳이다. 이 기업들은 비만·피부 노화·혈당
등 질병 진단 분야를 비롯해 웰니스 70개 항목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식습관·생활습관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문을 수치로 분석해 필요한 질병 예방 활동을 추천할 수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시행기관을 맡아 분석 정확도 98%를 기준으로 3년마다 인증 기관을 재검증한다. 인증 받은 기업들은 기존에 허가된 70개 항목 이외에도 매년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수 있다. 황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정보(DNA)가 의료 기관 밖으로
나오게 됐다"며 "아직 2만 5000여 개 유전자 중 500여 개 유전자만을 활용할 수 있고, 웰니스 시장부터 시작했지만 그동안 닫혀있는 규제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특히 70개 항목을 시작으로 민간 영역에서 특화된 유전자
검사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신규 항목에 대한 과학적인 증명만 있다면 각 기업별로 특화된 DTC 전략을 짤 수 있다"며 "협의회
차원에서 올해 분석 항목을 100개로 늘리고 3년 내에 일부
만성 질환을 포함한 질병으로까지 항목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질병을 포함해 유전자 검사 항목이 250개인 미국, 400개에 달하는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여전히 뒤처져 있다. 황
대표는 "의료기관이나 공공영역이 아닌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민간에서 유전자 검사 산업이 시작되면
예방 의료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며 "원격
의료와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결합해 병원 밖 의료 생태계를 넓히고, 예방 효과를 높여 진단과 치료에만
집중된 국가 재정 부담을 장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DTC 유전자검사가 허용됨에 따라 벌써 민간 영역에서는 다양한
협업이 시작됐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말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와 DTC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테라젠바이오의 자회사 테라젠헬스는 국내
최대 유통망을 맞춘 롯데그룹으로부터 250억 원을 투자받아 롯데의 헬스케어 사업 파트너로 낙점됐다. 황 회장은 "앞으로 DTC 유전자검사가 어느정도 인정받으면 해외처럼 네거티브 제도로 전환해 시장 경쟁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민간이 수집한 데이터는 국가가 기부받아 바이오 빅데이터 혹은 바이오뱅크를 설립하고, 국민들이 더 저렴하고 정확하게 치료받으면서도 방대한 데이터로 신약 개발도 돕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이 16일 판교 테라젠바이오 본사에서 마이크로
어레이 칩을 들고 DTC 유전자검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