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 전략이 전통적인 의료기기에서 벗어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건복지부 내년 사업 예산은 올해 보다 약 50억 원 감액됐기 때문이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복지부는 144억7,000만 원의 신규 사업 예산을 추가로 투입한다.
앞서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과 의료데이터 구축을 위해 올해 약 38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의료기관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및 도입(R&D)과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연구, 수요자 중심 돌봄로봇 및 서비스 실증 연구개발 등을 지원한다.
23일 메디파나뉴스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2023년 보건복지부 소관 의료기기산업 관련 지원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예산 5% 감액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도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 예산안은 204억6,400만 원으로 올해 예산 255억3,400만 원보다 19.9% 감액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마이크로의료로봇 개발 지원센터 구축사업 예산이 올해 66억 원에서 2023년 19억3,000만 원으로 70.8% 줄었다.
또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지원사업 예산도 올해 98억1,600만 원에서 2023년 93억1,600만 원으로 5% 감액됐다.
반면 생체적합성 의료기기 기술 지원센터 구축 사업은 올해 16억 원에서 2023년 17억 원으로 6.3% 증액됐다.
아울러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 항목 중 ▲의료기기산업 종합지원센터
구축(7억3,800만 원)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28억7,000만
원) ▲의료기기산업 전문인력 양성(15억 원) ▲인공지능 활용 체외진단 의료기기 육성(20억 원) 혁신의료기기산업 생태계 조성(4억 원) 등은 동결됐다.
의료기기산업 경쟁력 강화 사업은 민간경상보조 형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진흥원은 ▲의료기기 기업 전주기 상담 및 규제 극복 지원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지원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진출 지원 ▲의료기기산업 전문인력 양성 ▲인공지능 활용 체외진단의료기기 육성 ▲혁신 의료기기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수행한다.
◆ 디지털 헬스케어 R&D에 75억 원 투입
의료기기산업 지원 예산은 감액됐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R&D 사업에는 힘을 쏟는다.
먼저 의료기관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 및 도입(R&D)은
신규 편성된 사업으로 내년 7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의료기관 내 디지털 헬스케어 실증·도입을 지원함으로써 디지털 헬스케어가
근거 기반 의료(Evidence-Based Medicine)에 활용되고, 의료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활성화 기술개발에 22억5,000만 원을 투입한다. 또 혁신 디지털헬스케어 기술 실증을 위해 30억 원을, 홈스피탈 구현 기술 개발에 22억5,0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또 복지부는 스마트 임상시험 신기술 개발 연구사업을 신규로 수행하고, 이에 30억7,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수요자 중심 돌봄로봇 및 서비스 실증 연구개발사업도 새로 함께 추진한다. 이
사업에는 39억 원의 예산을 신규로 편성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 분야는 전통적으로 치료 중심이었던
의료 패러다임이 예측·예방·개인화·참여 중심으로 급변했다"며 "이를 위해 ICT 기술과 의료 서비스가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위해 복지부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생산·관리 시범 체계 운영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 ▲스마트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 ▲헬스케어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등을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복지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원격 비대면 진료를 위해 필요한
의료기기의 개발, 개인의 의료정보 수집‧축적 및 활용 등이 필요하다"면서 "핵심기술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정밀의료, 유전체분석, 재생의료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통 제조사는 디지털 쏠림 지원에 '우려'
그러자 전통적인 의료기기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정부 행보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정부 지원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국산 의료기기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전략
분야를 집중육성 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사업 예산은 감액되거나 동결돼서다.
의료기기 제조사 A임원은 "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의지나 혁신의료기기 행정 간소화 등 대부분 정책이 인공지능 영상 진단기기, 디지털치료제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집중돼 있다"며 "전통적인 의료기기 제조사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B 관계자도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는 부분도 잘 알지만, 결국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겠나"면서 "특히 국산의료기기 사용 활성화
지원사업 예산이 감액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정부 추진전략에 반색하면서도 수가 부분의 현실화를 제언했다.
AI 영상 진단 솔루션 기업 C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힘을 쏟는 정부 방향에는 환영할 일이지만, 수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선별 급여나
비급여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들 기업들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