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중앙대 연구팀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앱) '알라부'는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건강 관리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실제 항암 치료 정보를 근거로 어떤 약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은지 등을 알려준다. 앱
안엔 환자 채혈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시각화한 아바타가 있는데, 약을 착실하게 복용하고
행동 처방을 잘 따라 하다 보면 처음엔 좋지 않았던 아바타의 안색이 점차 나아지기도 한다. 알라부를
개발한 한덕현 교수는 "신기하게도 환자의 실제 상태와 아바타의 변화 사이 일치도가 상당히 높다"고 했다.
#2017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미
듀크대 연구진의 분석 결과, 원래 하루 평균 5,678보를
걸었던 이용자들은 게임 이용 후 7,654보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우리 곁으로 다가온 디지털 치료제
알라부와 포켓몬 고는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다. 디지털 치료제란 의약품처럼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게임, 가상현실(VR), 앱
등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게임을 하면 병이 낫는다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치료제 역시 다른 치료제와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보건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진짜 치료제'다.
대면 치료의 걸림돌이 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억9,000만 달러(약 5조9,920억 원)에서 2023년이면 64억2,000만 달러(약 8조7,63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미 조지메이슨대 알링턴 캠퍼스에선 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연구 현황과 정책 동향을 공유하기 위한 한·미 디지털 치료제 정책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미
양국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한국에서도 적극적인 개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료 접근성 높이고, 부작용도 없어
8년 전 디지털 치료제 알라부를 만든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를 △그 자체로 질병을 치료하도록 설계된 '독립형' △다른 치료법과 병용할 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증강형'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도록 설계된 '보완형'으로 구분했다. 집중력을 높여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를 치료하는 기능성 게임은 독립형 치료제이고, 알라부 같은
앱은 증강형에 속한다. 포켓몬 고는 그 자체로 질병을 고치지는 않지만, 걸음수를 늘려 병 극복에 도움이 되는 보완형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병원에 가기 어려운 고령 환자나 장애인, 병원에서 먼 곳에 사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일단 개발만 해 두면 수요가 늘어도 추가 생산비가 거의 들지 않고 △일반 의약품과 달리 독성이나 부작용도 사실상 없으며 △환자가 의사에게
말로 자기 상태를 설명하는 것보다 상태 모니터링을 더 객관적으로 할 수 있다. 환자의 이력이 소프트웨어에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미,
FDA 승인받은 치료제만 63개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첫 디지털 치료제도
미국에서 나왔는데, 페어테라퓨틱스가 약물중독 치료를 위해 개발한 리셋(reSET)이다. 인지행동치료(CBT·증상을 유발하는 잘못된 생각을 찾아내 교정하는
치료법)를 통해 약물중독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환자 치료용으로 판매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디지털 신약'이다. 리셋 외에도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63개에 이른다. 알코올 의존증, 불면증, ADHD 등 정신 질환뿐 아니라, 당뇨병 근육통 등 신체 질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암 환자 예후관리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디지털 치료제 관련 논의가 늦다. 현재
에임메드, 웰트, 라이프시맨틱스, 하이, 뉴냅스 등 5개
헬스케어 기업들이 임상 단계를 밟고 있어, 조만간 국내에서도 1호
디지털 치료제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디지털 치료와 상관 관계가 높은 게임업계도 적극 나서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 중앙대병원과 '디지털 암 관리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8월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와 산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존 도란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게임은 디지털 치료제의 훌륭한 파트너"라며 "VR 기기 등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게임의 디지털 치료제로서의 효능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