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로 들어온 메타버스, 의사 책임은 어디까지?…"입법 필요"

의료메타버스학회 박혜진 간사는 의료메타버스가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 학회가 관련 법·제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청년의사

의료계에서 메타버스 안착을 위한 법제도 정비가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 분야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와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현장에서 그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출범한 의료메타버스학회도 의료 분야에 메타버스를 안전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안착시키는 것을 학회 당면 과제로 거론했다.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창립식에서 학회 법제위원회 박혜진 간사(한양대 로스쿨)는 메타버스가 의료 분야에서 기존 온라인 플랫폼과 서비스가 겪은 법·제도적 문제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회를 중심으로 의료계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박 간사는 "의료 메타버스 구현은 환자 정보 보호로 이어진다. 환자 정보 전송과 연결이 복잡해지면 그만큼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의료에서 정보 유출은 환자 건강 침해와 직결된다" "메타버스 개발 단계는 물론 이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이 보안기술을 업데이트하고 내부 인력을 교육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사전 규제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후적 규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원격의료 형태로 메타버스를 통해 이뤄진 의료 행위가 나쁜 결과를 야기했을 때 그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간사는 "의사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고 메타버스를 이용한 의료 행위가 다양해지면 메타버스의 중요성만큼 보안과 무오류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면서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할 때 의료기기나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관리 책임이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소프트웨어 오작동이나 보안의 허점에 대한 의사의 주의의무, 메타버스 의료기기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에서 설명의무가 쟁점이 된다"면서 "앞으로 의료 수준이 의료기기와 기술에 따라 변화한다면 그에 맞춰 의사가 져야 할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의료기관도 의료 계약 당사자이자 사용자로서 책임을 질 수 있다. 현재 법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자를 상대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입법을 통해 책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보험이나 사전 계약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기금을 조성해 환자에게 보상하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메타버스학회는 지난 7일 창립식을 갖고 산···병에 걸쳐 의료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과 올바른 발전을 위한 중심이 되겠다고 했다. 사진/청년의사

의료메타버스학회는 이를 위해 의료계와 산업계, 법조계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했다. 메타버스 기술 상용화 시점이 다가온 만큼 선제적으로 사회적 논의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외협력위원회 박상준 이사(메디컬아이피)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걸쳐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빅테크가 예정했던 메타버스 제품을 앞다퉈 내놓는다. 아직까지 전문적인 영역에 있던 메타버스가 이제 손에 잡히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영역으로 건너온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이렇게 메타버스가 급속하게 구현되는 시점에 앞서 학회가 창립된 만큼 사회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법·제도 수립을 도와야 한다. 안전하고 준비된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우리 학회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박철기 회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학술 활동은 물론 정부, 유관기관과 협력해 메타버스 연구와 정책 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의료 메타버스가 올바르게 정착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의료메타버스학회는 의료계와 산업계, 법조계까지 각계 각층 연구자의 접점이 되겠다. 메타버스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학회가 교류의 장이 돼 메타버스 구현을 돕고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끌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