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환자의 고통을 VR로 줄일 수 있다” 美서 마취제 최소화 위한 연구 발표

가상현실(VR)이 수술 중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현지 시각) 미국 IT 전문매체 <엔가젯(Engadget)>에 따르면 베스 이스라엘 니코니스 메디컬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연구진은 수술 중 VR 기기를 착용한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적은 양의 마취제가 필요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술 환자를 가상현실군과 단순진정군으로 무작위로 배정한 후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가상현실군은 헤드셋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고 자연을 보거나 명상하는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화면을 보면서 수술받았다.

그 결과 단순진정군은 시간당 750.6mg/hr의 진정제가 필요했지만, 가상현실군이 필요한 진정제는 단순진정군의 3분의 1 수준인 125.3mg/hr였다. 가상현실군의 회복 속도 역시 평균 75분에서 63분으로 줄었다.

연구진은대부분 환자는 수술 중일 때아픈 느낌에 집중하는데 VR 기기가 이런 환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라고 주장하면서도다만, 가상현실군이 VR이 도움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수술실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종의 플라시보 표과가 적용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VR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진정제와 병원 내 의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국내 대표 캐릭터뽀로로를 활용해 수술이나 진료 전 소아환자의 불안감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아이코닉스)

VR속 뽀로로가 수술 과정을 설명한다면?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진정제와 같은 마취제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오피오이드(Opioid)와 같은 마약성 진통제가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성이 강하고 저혈압이나 상기도폐쇄, 호흡부전, 심장마비 등 심각한 합병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를 대체할 수단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계는 VR 기반 디지털 치료제가 정신질환을 치료하거나 재활 등에서 나아가 진통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했다.

국내에서는 소아환자에게 VR 기기를 사용할 경우 소아환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에서도 VR 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연구 중이다. 지난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 참여한 다학제팀은 소아환자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3분 분량의 VR 콘텐츠를 보여주고 그 효과를 측정했다. 소아환자가 검사 중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검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VR 영상을 시청하지 않은 그룹(대조군)은 불안감 지수가 5점 높았고 영상을 시청한 그룹(VR) 2점에 그쳤다. 불안감이 약 40% 감소한 것이다. 불안증상이 심했던 소아환자의 비율도 대조군에서는 48%였지만, VR군에서는 22.4%에 불과했다.

또 전체 검사에 들어간 시간 역시 대조군은 75, VR군은 55초로 줄었다. 재촬영 빈도도 대조군 16%, VR 8.2%로 나타났다. 다학제팀은 “VR 영상을 보여줬을 때 검사 시간이 절약되고 불필요한 재촬영이 줄어드는 등 검사 프로세스가 뚜렷하게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선 2017년에는 국내 대표 캐릭터뽀로로를 활용해 수술이나 진료 전 소아환자의 불안감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한성희유정희 교수는 아이코닉스와 함께 <뽀로로와 함께하는 VR 수술장 탐험> 영상을 제작해 진료 전 소아환자에게 보여줬다.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에 나오는 캐릭터가 수술실 모습과 마취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는 4분짜리 영상이다.

당시 한성희 교수는수술 전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낯선 수술실과 친숙해져야 할 뿐 아니라 수술준비와 마취과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VR 영상 시청을 통한 수술실 간접체험은 소아환자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정보 습득에 도움을 줘 불안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수술 중 환자가 자신이 VR을 보고 있으면 수술 중임을 잊으면서도 고통은 덜고, 불필요한 약품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