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의사를 위해 만든 AI 솔루션…뭐가 달라도 달라야죠"

"인공지능(AI)이 가야할 방향은 명확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역할로는 절대로 사업 모델을 만들 수가 없어요. 의료 AI도 마찬가지죠. 의사가 하기 힘든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싸게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사지 않겠어요?"

4차 산업 혁명을 타고 디지털헬스케어가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이 촉발한 수요로 인해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헬스케어에서도 역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AI. 자고 나면 관련 기업이 수십개씩 늘어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 AI는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하지만 그만큼 난립에 대한 우려와 지적도 여전하다. 특히 의료 AI를 통해 사업 모델을 갖춘 기업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 많은 기업들이 집중하던 영상 진단 분야를 넘어 생체신호 모니터링 분야로 AI를 확장한 기업이 나왔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AI '바이탈케어'를 내놓은 에이아이트릭스(AITRIC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에이아이트릭스 김광준 대표는 의사가 의사를 위해 만든 AI라고 바이탈케어를 소개했다.

에이아이트릭스를 이끌고 있는 김광준 대표는 바이탈케어를 '의사가 의사를 위해 만든 AI'라고 정의했다. 실제로 그는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에이아이트릭스를 창업해 첫 성과물인 '바이탈케어'를 들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그가 강조하는 '의사가 의사를 위해 만든 AI'는 무엇이 다른 것일까. 껍데기만 AI인 제품을 만들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수차례 강조한 그는 종착역으로 '버츄얼 AI 닥터'를 꺼낸 놓았다.

Q. 바이탈케어를 통해 AI 시장에 발을 딛었다. 에이아이트릭스 과연 어떠한 기업인가

한 마디로 정의하면 에이아이트릭스는 '버츄얼 AI 닥터'를 만드는 기업이다. AI를 어떻게 의료에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던 의사들과 기술자들이 만났고 결국 가야할 방향은 '버츄얼 닥터'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

버츄얼 AI 닥터는 하나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인텔리전스, AI 기능뿐 아니라 말투와 목소리, 소통 능력 등 외형적인 측면(Appearance)에서도 의사의 특성을 표현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아바타, 메타버스 등의 키워드들도 결국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 중의 하나다.

바이탈케어는 버츄얼 AI 닥터를 구성하는 두가지 줄기 중 하나 즉 AI 분야에서의 첫 성과물이다. 일단 의사는 환자의 다양한 생체 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진료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기술, 바로 그것이 바이탈케어의 골자다.

Q. 최근 AI 기업이 '범람'이라고 불릴 정도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차별성이 있는가?

일단 시작점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 AI를 표방하는 기업 대부분은 영상 진단 보조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눈에 딱 보이고 기술적 구현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술을 어떻게 의료에 적용할까에서 고민을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시작했다. 의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다. 영상 등과 달리 매우 다루기 힘든 연속형 비정형 시계열 데이터 중 하나인 생체 신호부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기술에 의료를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 너무나 필요하지만 기술이 따라오지 못했던 부분부터 시작한 것, 그것이 가장 큰 차별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만큼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의료진과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AI를 내놨다고 믿는다.

Q. 그렇다면 바이탈케어는 과연 어떠한 제품인가?

앞서 말했듯 임상 현장에 너무나 필요했지만 기술이 없었던 말 그대로 미충족 수요(Unmet-needs)를 충족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병원내 응급상황 발생 예측 솔루션'으로 요약이 가능한데 쉽게 말해 특정한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 위험을 미리 예측해 사전 조치를 유도하거나 의료진이 상황에 대응할 준비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소프트웨어다.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 입원환자에게서 얻어지는 EMR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 및 분석해 알람을 주는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된다. 현재 혈액학적 검사와 행체 신호 등 19종의 수치를 기반으로 응급 상황 발행 위험도를 0점부터 100점까지 제공하는데 지금까지 3건의 임상시험 결과 사망과 중환자실 전실, 심정지, 2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 등에서 모두 의료진이 직접 시행하는 메디컬 스코어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실제 임상 의사들이 간절히 원했던 미충족 수요에서 시작했고 이를 풀어가기 위해 의사와 기술자가 머리를 맞대 지금까지 왔다는 점에서 의료진이 믿고 쓸 수 있는 의료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 생체신호에 AI를 접목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후발주자일 수도 있는데 경쟁력이 있을까?

결국 AI의 경쟁력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어떠한 '가치'를 만들어 내는가에 달려있다. 이게 AI의 시작과 끝이다. 이미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통해 환자의 데이터가 넘어오는 수단들은 수없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의미있게 활용하는 기업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임상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생체신호에 대해서는 그 간극이 훨씬 큰데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자가 그 데이터를 봐도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가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세우기가 쉽지 않다.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기술과 실제 병원에서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술의 간극은 정말 크다. 쉽고 범용화된 기술로는 절대로 병원과 의료진이 원하는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가 시작점을 임상 현장에서 잡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료진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서 시작해서 이 데이터를 얻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모아진 데이터 중에 무엇을 버리고 취해야 하는가를 모두 임상 현장에서 확인한 뒤 의사들이 사용자이자 개발자로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 시점에서 의료진에게 필요한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업은 에이아이트릭스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김광준 대표는 에이아이트릭스를 '버츄얼 AI 닥터'를 개발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Q. 바이탈케어가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

일단 첫 번째는 지금 현재 바이탈케어 자체에 들어가 있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데이터의 종류나 수집 항목, 방식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데이터 규모가 커지면 분명하게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고도화는 필수적 과제다. 둘째로 확산인데 말 그대로 같은 중환자실이라 하더라도 내과계 중환자실과 외과계 중환자실, 신장내과 중환자실에서 데이터는 물론 수요가 각각 다르다. 실증 과정을 통해 확산 가능한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가야 한다.

세번째로는 질환군과 예측 가능한 범위의 확장이 될 것 같다. 현재 바이탈케어는 중환자실 모델로 개발이 돼 있는데 앞서 말했든 신경과에서는 색전증 위험 예측이 필요할 것이고 심장내과는 부정맥을 수요로 할 것이다. 이미 2년전부터 이에 대한 확장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글로벌 진출이다. 일단 내년에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중에 있다.

Q. 현재 AI 기업 중 상당수가 비지니스 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전략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AI가 비지니스 모델 창출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단순한 이유다. 의료진과 병원에 이득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결국 비용 절감이라는 키워드를 각인시키지 못하면 절대 생존할 수 없다. 의료진의 행위를 '보조' 한다던지 의료진을 투입하는 것과 비용차이가 나지 않는 기술은 모두 사장될 것이다.

결국 비용효과성인데 그러한 면에서 바이탈케어는 분명하게 비용효과성이 있는 제품이다. 소정의 설치와 유지비만으로 의료진 여러명이 24시간 동안 환자를 살피고 생체신호를 점검하고 분석해야 하는 일을 단숨에 줄여준다. 그것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그 시간에 그 의료진들은 사람이 해야만 하는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는 설치비와 유지비를 상쇄하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제 병원과 의료진이 이러한 '가치'를 알아보는가에 대한 문제다. 병원이 알아서 소비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최대한 빠르게 이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병원을 찾고 실제 얼마나 업무 효율이 올라가고 비용이 절감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과제다.

Q. 앞서 '버츄얼 AI 닥터'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에이아이트릭스를 소개했다. 이후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

결국 '버츄얼 AI 닥터'의 핵심은 완성도다. AI를 통해 충분한 의학적 판단과 결정이 나와야 하고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술 즉 버츄얼 휴먼 기술이 더해져야 한다. 사실 2015년 기획했을때보다 이러한 기술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 약간의 보완과 고도화만 거친다면 이미 현존하는 기술로도 구성은 가능한 수준에 왔다.

남아있는 과제는 역시 수요다. 비지니스적으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고민만 남은 셈이다. 이 부분은 결국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환자들이, 국민들이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야 하고 정부가 이를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착실히 이에 대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준비하려 하고 있다. '타이밍'이 온다면 당장 이를 내놓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