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과정을 단축시키고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떠오르고 있다.
1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간한 ‘신약개발에서 디지털 바이오마커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고 임상시험 가능성을 완전하게 구현하기 위해 디지털 바이오마커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동안 전 세계에서는 치료제, 백신을 제외한 분야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진행이 중단되거나 조기 종료, 개시
지연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신약개발 임상시험의 막대한 투자 손실을 피하고자 제약회사가 ‘원격
임상’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요건이 됐고,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엄청난 기회로 부상했다.
원격 임상에서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제약사가 효율적인 임상시험을 수행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약물개발 진행
또는 중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이때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사용되는데, 미국 국립보건원(NIH) 정의에 따르면, 바이오마커란 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 질병, 진행상황, 치료방법에
대한 약물의 반응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 또는 대리표지자이다.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여기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수집된 바이오마커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질병은 메커니즘이 복잡하므로 분석에서의 정성적, 정량적 어려움이 존재한다. 전통적인 바이오마커의 경우, 침습적(Invasive)이고 측정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비침습적이며 측정비용 또한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며 개인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김지운 선임연구원은 “병원 외부 모니터링이 용이하고
결과적으로는 환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다”며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당장은 보조적 지표로 쓰이면서 기존 진단의 보완재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 ‘조기 진단’과 ‘추적 관찰’ 같은
영역에서 기존 대비 장점을 보일 수 있다. 향후에는 조기 치료제 개발이나 초기 진단 시스템(PMS) 영역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은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올해 유망기술 50가지
중 하나로 꼽았으며,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26억 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에서 2026년 90억
달러(약 12조원)으로
연평균 35.1%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약개발에도 디지털 바이오마커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김 연구원은 “연구자들이 복잡한 질병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임상 시험에 적합한 환자 모집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며 “다음으로 약물 작용 기전을 검증하고 약물 독성을 예측하며 규제 관련 결정을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단계에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질병에
가장 유리한 약물 후보를 선택해 임상 후기 단계에서 실패할 위험성을 줄여준다”며 “마지막으로 임상시험 단계를 가속화하는 역할을 해 약물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질환 관련 디지털 모니터링, 치료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진단과 이를 통해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하는 벤처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웰트와 인공지능을 통한 암치료에 나선 루닛,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뷰노 등이다.
김 연구원은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단순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형태를
넘어서 연구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임상시험 디지털 전환에 있어서 법적·규제적 허들은 넘어야 할 숙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