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과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전자약' Ⅱ

수세기 동안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발달과 진행에서 심리사회적 요인의 역할이 관찰되어 왔다. 암 치료에 전자약의 적용 원리는 암에서 심리사회적 영향의 기작에 기초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암에서 심리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암에서 심리 사회적 요인은 3단계의 시기를 거쳐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1단계 시기에선 선구자들이 경험적 근거에 기초하여 암 발생에 있어서 심리사회적 영향을 설명하였다. 그 역사는 기원 후 2세기의 Galen의 기술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울에 의해 발생되는 과도한 black bile이 암을 유발한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논리는 비잔틴 시대를 넘어 중세 이후 19세기까지 이어졌고, 뇌에 축적된 우울이 암이라는 결과물을 생성한다고 보았다. 17세기 초에 프랑스의 의사 Claude Chapuys de Saint‐Amour는 슬픔과 분노, 동요가 암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1740년에 Gilles Le Vacher도 심각하고 지속적인 슬픔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1870년 영국의 의사 James Paget도 중증 불안과 절망감이 암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한다고 주장하였으며 1885년 미국의 의사 Willard Parker도 그의 저서에서 우울과 슬픔이 암을 유발한다고 썼다. 2단계 시기 즉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이르러 통계와 역학에 의하여 심리사회적 요인과 암의 관련성이 설명되었다.

1893년 런던의 의사인 Herbert Snow는 유방 또는 자궁 종양으로 진단된 2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역학 연구를 실시하여, 43명이 손상병력을 가지고 있었고, 32명의 환자는 힘든 일을 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156명의 환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등 최근 심각한 삶의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1926년 심리학자 Elida Evans는 그가 조사한 암에 걸린 100명의 환자들 모두가 암에 걸리기 전에 정서적 유대가 파괴되거나 손실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3단계는 정신신경면역학적 연구의 시대이다. 이 시기에 내분비와 면역계에 대한 신경계의 조절 기전들이 규명되었다. 1989 Spiegel 등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불안과 우울, 통증을 줄이면 생존기간이 연장됨을 보고하였다.

1993년 Fawzy 등은 흑색종 환자들에게 스트레스 조절 등과 같은 6주간의 정신적 중재를 추가한 결과 재발율이 감소하고 생존기간이 연장됨을 보고하였다. 이상에서 제시된 관점 즉 심리사회적 중재가 암의 치료에 유효하다는 사실들이 암치료에 전자약 적용의 기본적 논리이다.

신경계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종양유전자-관련 신호전달에 영향을 준다. 발암물질이나, 바이러스, 방사선 등이 DNA의 변경을 통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전환되는 것처럼 신경의 자극도 DNA의 돌연 변이를 유발할 수 있다. 신경계의 돌연변이-유발 효과(pro‐mutagenic effect)는 스트레스 반응계인 자율신경조절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매개로 발현된다.

이들 반응계에서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코티졸의 작용과 변화들 즉, 이들 물질들이 DNA 변이와 DNA 복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우선적으로 탐색되었다. 심리사회적 요인들이 구체적으로 암화나 발암의 신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탐색함에 있어서, 지난 컬럼에서 제시했던 정신사회적 인자와 암의 발생과 진행 간의 상관성을 그림으로 제시하며 그 근거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경 신호의 변화가 DNA 변이를 촉진할 수 있다.

2007년 Flint 등은 뮤린 3T3 세포를 사용한 시험관시험에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코티솔과 같은 신경 전달 물질이 DNA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였다. 이들 물질을 생리학적 농도로 단기 노출(<30)한 경우 3T3 세포의 DNA 손상이 유의하게 증가되었다. 코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은 자외선 노출로 손상된 세포의 DNA 복구를 방해하였다.

Hara 등은 교감신경-부신계가 종양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그들은 β-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활성화가 종양 억제 유전자인 p53의 분해를 유도하는 신호를 개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2012 Feng 등은 p53(+/-) 마우스에서 장기간의 구속-스트레스가 방사선 유도 종양 형성을 크게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들 기작으로 코티졸에 의한 MDM2 활성의 증가와 p53 기능의 감소를 제시하였다.

Hara 등은 β-아드레날린성 신호전달에 의해 매개되는 스트레스 유발 DNA 손상이 β-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길항제에 의해 예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Reeder 등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과 코티솔이 유방암 세포에서 DNA 손상을 유발함을 확인하였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은 paclitaxel과 같은 항암제의 내성 유발에도 관여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은 DNA 손상에 따른 ATR(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and Rad3-related)의 인산화 증가 – Chk1(Checkpoint kinase 1)의 인산화 증가 – p21의 발현 증가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이상의 근거들은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신호가 발암과 암의 악화에 기여하고 있고 이를 억지하면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신호를 전기적(전자적)으로 특이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구축되어 있다.  

▶신경 신호의 변화가 종양유전자 관련 신호전달에 영향을 준다.

신경 신호의 전달은 종양유발 유전자와 종양 억제 유전자의 기능에 관여한다. 1988년 종양유발 유전자의 활성화에 대한 교감신경-부신계의 역할을 Kousvelari 등이 확인하였다. 흰쥐 귀밑샘 포상 세포에서 β-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활성화가 종양유발유전자인 c-fos의 발현을 유도하였다.

1990년 Iwaki 등은 흰쥐 심근 세포에서 α-/β-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활성화가 다른 방식으로 발암유전자인 c-fos/c-jun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함을 확인하였다. 1996 Okazaki 등은 쥐의 동맥 평활근에서 α-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활성화가 발암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c-fos/c-jun의 발현이 일부 암의 발암과 관련이 있지만 사람의 발암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011 Shi 등은 카테콜아민이 β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통해 인간 유방암 세포에서 Her2 mRNA 발현과 프로모터 활성을 자극한다는 것을 규명하였다. 2013 Armaiz-Pena 등은 β-아드레날린성 수용체의 활성화가 인간 난소암 세포에서 Src 관련 인산화단백 신호 전달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상의 근거들에 전기적 신호 전달기관인 신경이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매개로 하여 암의 생성과 성장에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적 신호로 신경생물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전자약이다. 이에 기초한다면, 전기적 신호전달의 변화를 통하여 종양의 발생과 진행, 전이를 억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