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와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전자약'

신경이 아니라 할지라도 광범위한 세포들의 생존 활동 즉, 증식과 분화, 이주, 분극 등에 전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암세포도 예외가 아니다. 이에 암의 예방과 치료에 전기적 수단을 적용하려는 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전기적 신호를 부과하는 방식 대신에 신경 조절을 통한 종양 억지의 병태생리학적 근거들도 제시되고 있다. 슬로바키아 코메니우스대학교의 Boris Mravec 교수가 최근 암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신경의 역할과 전자약의 적용에 관한 흥미로운 몇 편의 논문들을 Int J Mol Sci. Cancer Medicine 등에 발표하였다.

신경과 암세포 사이의 순환과 조절이 암의 증식과 진행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암 생장에 있어서 신경적 또는 전기적 조절을 아래 그림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암 조직에 신경이 개입하여 종양 성장을 자극하는 신경 전달 물질 즉, 아세틸콜린(Ach), 노르에피네프린(NE), 신경 펩티드 Y(NPY) 등을 유리하고 그 물질들이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

증식으로 증가한 암세포들은 신경 성장 인자(NGF)를 유리하고, NGF에 의해 새로운 신경 가지 즉, 축색이 생성되며 그 결과로 신경전달이 강화되며, 그 강화가 암세포 증식을 더 촉진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번 컬럼에서는 Mravec 교수의 주장을 중심으로 암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서 전자적 중재의 또 다른 원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암 조직에도 신경이 분포한다는 것과 일부 신경전달물질들이 종양의 발생과 진행에 기여한다는 것은 오래 전에 알려진 사실이다. 정상 조직의 세포가 암 세포로 변하기 전에 그 조직에 이미 분포해 있던 신경이 암화 과정에 변형되고, 종양 조직 주변의 신경들이 새로운 축색을 형성하여 암 조직에 개입한다.

암 발생 부위와 상대적으로 먼 곳에 분포하던 신경들도 긴 축색 신생을 통하여 암 조직에 개입한다. 축색 신생에 필요한 신경 성장 인자는 암세포에서 유리된다. 이와 관련한 근거들을 살펴보면, 교감 신경의 말단에서 유리되는 NE는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여 전립선 암 발달의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부교감신경의 말단에서 유리되는 Ach는 전립선 암의 진행(progression)과 전이를 증강시킨다.

증가된 암세포들이 축색의 신생과 발달을 촉진하는 NGF의 유리를 증가시킴에 따라 양성-되먹이기 기작이 수립된다. 결과적으로 신경계와 종양 사이에 양방향으로 상호작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암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주요 표적이 될 수 있다.

2013년 Famm 등이 전기적으로 신경 활동을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는 도구를 전자약(electroceuticals)으로 제시한 이래 이러한 장치를 외과적으로 이식 또는 부착하여 근거에 기반한 적절한 강도와 주파수, 빈도, 유형으로 전위를 부과함으로써 뇌전증과 우울증, 통증, 패혈증, 폐 손상, 류마티스 관절염, 당뇨병, 위장 질환 등의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전자약은 초기에 항암과 관련하여 화학 요법으로 인한 메스꺼움과 구토를 줄이기 위해 암 환자에게 적용되었다. 최근에 연구자들은 신경에서 암 세포로의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암 세포의 생장을 억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신경전달 과정에 관여하는 화학 약품들도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전신에 불필요하게 작용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자약은 특정 부위에 제한적으로 작용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시적으로 보면, 신경 활성은 종양 조직뿐만 아니라 종양 조직의 생장에 영향을 주는 내분비계와 면역계의 조절에도 관여하고, 종양은 종양 미세 환경 내 세포에서 방출되는 매개체 또는 그 대사체를 통하여 뇌 활동과 신경 활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림 2).

종양에서의 감각 신호와 종양의 대사 효과에 따른 시상하부 염증 등을 통하여 시상하부 기능을 변경시키고 이는 내분비계와 자율신경 기능의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의 병태생리 과정에서 신경생물학적 접근은 신경·정신과적 영향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었다. 우울과 스트레스에 따른 신경생물학적 변화와 말초 기관의 질병 발생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체세포 질환의 신경생물학적 간섭과 기작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비만으로 이어지는 대사 변화에서 뇌와 자율신경의 역할, 당뇨병에서 에너지와 포도당 항상성의 시상하부 조절, 고혈압의 발생과 유지에 관여하는 신경 기전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활성화 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종양 시작과 진행, 전이 과정에 신경계의 조절 효과들도 주목받고 있고, 체세포암에서도 신경 활성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 개념은 다음의 가설에 기초한다. ① 정신사회적 인자들은 암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준다. ② 신경계는 DNA 돌연변이 및 종양유전자 관련 신호전달에 영향을 미친다. ③ 신경계는 종양 관련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④ 종양 조직에 신경이 개입(innervation)한다. ⑤ 신경에서 유리되는 신경전달물질은 종양의 성장과 전이에 영향을 미친다. ⑥ 신경 활성의 변경 또는 조절이 암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⑦ 종양 조직에서 유리되는 물질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기초한다면, 전기적 신호전달의 변화를 통하여 종양의 발생과 진행, 전이를 억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컬럼에서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