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전자약’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여 국내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약물과 비슷한 치료
효과에 통증과 부작용은 적어 치매·우울증, 난치성 질환까지
적용 분야가 확대될 것이란 평가다. 다만 국내 전자약 관련 시스템이 미비해 성장이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기존의 경구용 약물 또는 주사제 대신 기기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작용이 적다는 강점으로 미국 등
해외에서 기존 의약품을 대체·보완할 수 있는 차세대 의료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약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해, 오는 2029년엔 600억달러(한화 71조7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지난 2019년 전자약 시장 규모를 212억달러(한화 25조35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10년 만에 약 세 배 가까이 성장하는 셈이다.
전자약은 전기 신호로 특정한 신경, 장기, 조직 등을 자극해 질환을 치료하는 전자기기를 말한다.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지난 2013년 처음 사용한 용어다. 규제상 의료기기로 분류되지만, 임상시험을 통한 질병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아 전자약으로 불린다.
국내 전자약 개발사로는 뇌과학 전자약 플랫폼 기업 와이브레인이 대표적이다.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을 개발해 지난해 4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전두엽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가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전두엽 기능을 정상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으로, 항우울제에 거부감이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 대안이 될 것이란 평가다.
기존에 없던 신의료기술로 개발된 마인드스팀은 별도의 심사를 거쳐 연내 의사 처방을 통해 환자 치료에 활용될 계획이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노드도 독자적인 펄스전자기장 기술을 활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 전자약 개발에 나섰다. 노드는 현재 새로운 방식의 비염 치료 전자약을 개발 중이다. 생체투과율이
낮은 빛을 사용하는 기존의 비염 치료기는 콧속에 넣어 사용해야 했지만, 노드의 전자약은 비강 삽입 없이
미세전류를 통해 증상을 치료한다는 설명이다.
노드는 연내 글로벌 확증 임상을 개시해 내년 하반기 한국과 미국에 전자약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여러 기업이 전자약 개발에 착수했지만, 업계에선 전자약 개발에
필요한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전자약에 대한 국내 평가·임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식약처는 전자약 제품의 승인심사를 일반 의료기기의 허가 가이드라인에 준해 진행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면서 전자약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며 “전자약은 기존의 일반 의료기기와 다른 새로운 분야인 만큼 임상시험 서비스 구축 등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자약을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현재 국내에선 전자약이
의료기기와 함께 분류돼 전자약 제품의 허가 가이드라인이 모호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신산업을 키우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처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소(NIH)는 펀드를 조성해 전자약 연구 프로그램인
스파크(SPARC)를 운영하고 있다. 신경의 전기적 자극
활동으로 장기 기능을 개선시키는 치료기기 개발 지원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250백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아직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약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전자약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규정과 성장전략은 아직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 관계자는 “3세대 치료제는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한국이 관련 산업의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장기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