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제 개발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한국 등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뉴냅스·라이프시멘틱·웰트·에임메드 등 4개 기업이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확증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이미 20여종의 디지털치료제가 FDA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이 신기술의 혜택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할 것인가에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끝난 ‘CES 2022’에서 미국 디지털치료제 회사 관계자들이 디지털치료제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일반약에 비해 높지 않고, 환자들의 이해도도 낮다는 것이다.
국가 의료보험체계가 없는 미국 보험사들은 90% 정도가 디지털치료제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의사들은 디지털치료제의 위험성이나 책임 부담을 우려하는 경향이 있어 처방 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여종의 디지털치료제가 상용화된 미국에서조차 현재까지 활용이 활발하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디지털치료제 국내 출시 준비를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디지털치료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또 식약처는 디지털치료제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제조소에 대한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제도를 운영한다는 안내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은 디지털치료제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총 4년 계획으로 지난해부터 디지털치료제 원천기술 개발·실증·상용화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국내 디지철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지난해 기준 총 23개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에 디지털치료제 개발 목적과 향후 활용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얻고자 하는 이득은 무엇인지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향후 식약처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의료보험 수가 적용 등 국내에서 넘어야 할 벽을 잘 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약처 등 보건의료 당국이 디지털치료제 종류를 나누는 기준, 부작용에 대한 리스크 해소 프로세스, 환자들의 이해도 제고 등 디지털치료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의사·환자·보험사 아우를 비즈니스 모델 구축 필요
미국의 페어테라퓨틱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3종의 디지털치료제를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이 회사가 개발한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약물 중독 치료를 돕는 리셋(reSRT)이 FDA승인을 얻으면서 디지털치료제 시대의 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셋 이외에도 마약류 진통제 중독을 치료하는 리셋-O(reSET-O), 만성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디지털 앱 솜리스트(SOMryst)를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페어테라퓨틱스는 순수한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12월 나스닥에 상장됐다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로 평가되는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 시장에서는 전문 투자자뿐 아니라 대형 제약기업들도 디지털치료제 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페어테라퓨틱스는 최근 시리즈D 투자에 2000만 달러를 추가해 총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은 미국 클릭테라퓨틱스와 5억 달러 규모 디지털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페어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조현병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이 최근 발표한 ‘미국 디지털치료제 시장 성장 기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치료제 기업들은 생명과학 기업과 협력해 아직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해결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파이프라인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통적으로 서로 다른 바이오파마와 헬스테크가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 중심의 디지털 의료 기업들은 의료진이 자신의 제품을 추천해 일정 기간 환자들이 이를 사용해 간병인들이 환자 상태를 항시 모니터링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을 상환해주는 보험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