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않고 치료한다? 새로운 개념 ‘디지털 치료제’

1세대 합성의약품ㆍ2세대 바이오의약품ㆍ3세대 디지털치료제

약도 안먹고, 주삿 바늘로 약물 투여 없이도 병을 치료하는 세상이 올까. 그러면 먹기 힘든 쓴 약을 억지로 먹는 불편함과 주사의 고통과 공포감 없이 쉽게 치료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치료제가 나왔다. 바로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는 약물, 주사기 등 의약품 및 의료기기와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약물 복용이나 주사를 맞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다.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가상현실(VR), 게임 등이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1세대 치료제 합성의약품,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이은 3세대 치료제로 분류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의하는 공식 명칭은디지털 치료기기.

주사용 분야는 우울증, 약물중독, 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질환이나 신경질환이지만 최근에는 당뇨병, , 천식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주목을 받았다.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의료헬스케어 대안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기존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절약 할 수 있고 독성과 부작용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 국내 기업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 참여

세계 최초 디지털 치료제는 지난 2017 9월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은 페어테라퓨틱스의 약물중독 치료용 앱리셋이다. 리셋은 정신 치료방법의 일종인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는 앱으로 약물중독 및 충동에 대한 대처 방법을 텍스트, 애니메이션, 그래픽 등 콘텐츠를 통해 치료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국내서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난 10월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 검증을 위한 디지털치료학회가 출범했고 정부도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위해 향후 4년간 정부 140억 원, 민간 149억 원 등 총 289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직접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있다. 한미약품, 동아제약, 한독이 지분 투자 등의 방식으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진출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코로나19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부서를 설치했고,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헤링스에 40억 원 규모 지분을 투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와 한독 역시 각각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위해 메디컬아이피, 웰트에 지분을 투자하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 성장 가능성 높지만처방보험 등 명확한 기준 있어야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디지털치료 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산업규모는 21억 달러로 국내 1 2천만 달러에 20배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20여종의 제품이 FDA 허가를 받아 만성질환 관리에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는 없다. 임상만 6건이 진행 중이다.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나온 건 지난해 8.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처방 기준 적용 방안, 건강보험과 관련된 별도의 기준은 없는 상태다

디지털 치료학회 관계자는 매경헬스와의 통화에서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위한 검증 작업을 개선해야 하고 건강보험 등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라며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제가 보편화되면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의사들도 객관적인 데이터로 효과적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