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블루칩 ‘디지털치료제’ 제약사들 투자 속도

게임과 앱, 가상현실(VR)을 치료제로 처방하는 시대가 가까이 왔다. 이 디지털 치료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기존 경구제와 주사제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디지털치료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 제약사들도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동시에 치료제 개발 근간이 되는 임상현장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한 학회가 창립되는 등 기업과 임상 현장, 학계의 네트워크와 협력이 예고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 지분 투자로 디지털치료제 영업 노린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치료제는 게임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치료 약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수단으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인 치료와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독과 ADHD, 우울증, 치매, 당뇨 등 다양한 분야의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

국내 제약사들도 이 같은 디지털치료제 시장의 가능성을 눈 여겨 보고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제약사를 꼽자면 한독과 한미약품, 동아에스티가 꼽힌다.

 한독의 경우 근감소증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웰트에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고 알코올 중독과 불면증 디지털치료제 공동 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 역시 디지털 치료에 대한 연구 협력과 외부 투자를 추진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코로나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위해 광속 TF를 설치하는 한편, 계열사인 코리테라퓨틱스를 통해 암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인 헤링스에 4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마찬가지로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최근 서울대병원 원내 스타트업 1호로 알려진 메디컬아이피에 6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다. 해당 기업은 디지털치료제를 포함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등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이다.

그렇다면 제약사들은 아직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는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일까.

네이버 클라우드 류재준 이사는 "사실 제약사가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지분을 투자했다고 해서 특별하게 임상과정에서의 역할을 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임상을 진행한 후 식약처 허가 이후의 과정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 이사는 "아무래도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향후 임상에 따른 상업화 과정에서 병원의 영업, 마케팅 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즉 제약사들은 지분 투자를 통해 향후 영업, 마케팅 과정에서의 우선권을 얻기 위함"이라며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이 병원 영업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배경을 평가했다.

업계 관심 집중에 응답하는 임상현장

디지털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인 국내 스타트업들을 물론이거니와 전통 제약사들까지 관심이 커지면서 덩달아 임상 현장과 학계의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최근 디지털치료제 연구 및 학술 교류를 전담하는 학술단체도 창립해 본격적인 활동도 예고하기도 했다.

대한디지털치료학회가 그것이다. 최근 창립총회를 가진 디지털치료학회는 그동안 없었던 디지털치료 학술연구와 향후 진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 임상현장에서의 입장을 대변하고 향후 정부와 소통하는 공식 창구를 자처했다.

초대 회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가 맡아 창립 초기인 디지털치료학회의 기틀을 잡아 나간다.

디지털치료학회 김재진 초대 회장은 "이전까지는 의사가 진료하고 약을 처방해주는 것으로 국한됐지만 디지털치료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일상 생활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도 덩달아 출현하면서 이에 대한 학술적인 검증, 승인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따라서 임상현장에서 진료 가이드라인과 같은 학술적인 교류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기업들의 경우 관련 협회가 의견을 공유한다면 디지털치료학회는 이에 따른 학술적인 접근을 통한 검증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산학 협력의 개념의 학회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덩달아 학회 창립을 계기로 의료계에서는 디지털치료의 관심이 집중되면서도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개발 기업과 임상현장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했다.


자료사진

디지털치료학회 고문으로 참여한 서울성모병원 김대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최근 디지털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상당히 많다" "임상을 완료하고 상업화 단계를 밟기 위해선 의료 현장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독뿐만 아니라 디지털치료를 도입할 수 있는 질환들이 상당히 많다" "학회 창립을 계기로 의료현장과 기업 간의 의사소통이 이전보다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식약처 디지털치료제 인허가 전담부서 신설

이 가운데 치료제 인허가를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관련 임상이 가속화되자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치료제 개발 기업들과 학술연구를 전담하는 학회까지 창립한 상황에서 전담 부서를 신설, 특성에 맞는 인허가 체계를 구성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의무기록 등 데이터 이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임상시험의 경우 식약처 승인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장소 구비 개념 제외 등 시설 및 품질관리 기준 개선을 골자로 한 기준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식약처 측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상담을 실시하는 등 제품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전자약 기술개발 등 협업체계를 통해 과기부가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복지부는 비임상, 임상 단계를 포함한 제품개발을 나서기로 했는데 식약처도 부처간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치료제 특성에 맞는 임상시험 및 제조 품질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임상시험, 성능평가 가이드라인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전담 부서를 신설해 인허가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