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아산·삼성·성모 등 5대 병원과 진료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및 활용방안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의료데이터 플랫폼 업체인 에비드넷의 조인산 대표(사진)는 5일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해 질 좋은 국내 의료데이터를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비드넷은 한미약품 정보전략실에서 신사업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담당했던 조 대표가 2017년 설립했다. 병원이 제공한 데이터를 표준화한 뒤 제약사에 판매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국내 중·대형 병원 42곳과 손잡고 5700만여 명의 진료데이터와 150억 건의 DB를 구축했다. 이 DB를 활용한 건수는 지난 4일 기준 9664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글로벌 제약사도 포함돼 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조 대표는 “병원마다 제각각인 의료기록을 하나의 양식으로 표준화하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와 임상에 곧바로 쓸 수 있다”며 “이렇게 ‘병원에 갇혀 있는 데이터’를 살려내는 게 에비드넷의 업무”라고 설명했다.
의료데이터 사업은 미국 등 해외에선 ‘뜨는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할 때 의료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머크와 화이자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바벤시오’가 대표적인 예다. 의료데이터로 일부 임상을 대체한 덕분에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의료데이터가 돈이 된다는 사실이 검증되자 칼라일그룹은 지난해 의료데이터업체 트라이넷엑스를
인수했다. 앞서 로슈는 2018년 의료데이터 플랫폼업체 플랫아이언헬스를 2조원에 사들였다.
조 대표는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 중 ‘정밀의료’를 강조한 것에서 착안해 회사를 세웠다”며 “한국은 의료데이터 플랫폼 사업에 필요한 양대 축인 정보기술(IT)과 의료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유망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가 점차 쌓이면서 에비드넷의 올해 매출이 1년 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며 “5대 병원과 손을 맞잡게 되면 데이터의 질과
양이 대폭 업그레이드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