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산 에비드넷 대표, "의료도 데이터 산업"

"의료도 데이터 산업이다."

 

데이터를 내세운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있다. 의료 데이터는 개인 정보 보안 이슈 탓에 정부에서도 민감하게 다룬다. 반면 그만큼 활용할 범위가 크고 이용가치가 높은 데이터이기도 하다.

에비드넷은 표준화 작업을 통해 익명성을 보완하고 빅데이터를 만드는 데 도전했다.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사업모델도 명확히 찾지 못했지만 벌써 한미약품그룹과 SK그룹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의료 빅데이터가 쌓이면 그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시험 데이터보다 효과적으로 치료약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병원마다 효과적인 치료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신약개발이나 임상 실험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 에비드넷은 3년내 5400만명의 의료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인산(사진) 에비드넷 대표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공통 데이터 모델(Common Data Model)'이라는 변환 기술을 통해 각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를 표준화시켜 통합 헬스케어 데이터 네트워크가 구축하게 되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같은 데이터를 비식별화·익명화된 형태로 분석할 수 있다"고 사업 모델을 설명했다.

에비드넷의 기술은 데이터 표준화다. 단순히 표현하면 CDM이란 기술을 통해 의료 데이터를 가공, 통일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병원이 갖고 있는 당뇨병 환자 진료 및 처방 데이터를 일정 틀로 통일화하고 표준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 효과가 거둬진다. 개인 정보 유출 위험 탓에 외부로 유출이 불가능한 의료 데이터에 익명성을 보완하게 된다. 병원마다 형태나 구조 등이 달랐던 데이터를 통합하면서 2차 가공이 쉬워진다.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의료 데이터를 축적하는 손쉬운 방법이다.

조 대표는 "고유한 형태와 구조로 돼있는 각 병원들의 데이터를 '분산 분석망'을 활용한 CDM을 통해 공통 데이터로 전환하면 비식별화·익명화된 형태의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가 된다"면서 "현행법상 개별 병원의 의료 데이터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는 데다, 에비드넷이 생성한 이 표준화된 데이터를 개별 병원이 각자 서버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도 없고 의료 데이터만 가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비드넷은 당뇨 치료를 받은 병원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개선 정도나 완치 여부 등과 같은 실제 치료 결과와 같은 통계 데이터(Real World Evidence)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에비드넷은 다른 병원이나 연구기관에 소속한 연구자가 이 플랫폼을 활용해 신약 개발 등에 해당 통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 11월 설립된 에비드넷은 2014년 아주대 학내 벤처가 모태다. 에비드넷은 지난달 창립 1주년을 맞았다. 에비드넷의 데이터 표준화 서비스는 박래웅 아주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교수가 개발한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구현 기술'을 바탕에 두고 있다. 아주대는 지난 3월 에비드넷에 해당 원천기술을 10억원에 이전했다. 에비드넷은 같은 달 산업통상자원부의 '선행 공통 데이터 모델 분산형 바이오헬스 통합 데이터망 구축 기술 개발' 과제의 주사업자(인프라 기업)로 선정됐다.

에비드넷은 회사 설립 1년 만에 한미약품그룹의 창투사인 한미벤쳐스와 SK그룹의 투자 지주회사인 SK㈜에서 100억원(누적 기준)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아직 뾰족한 사업 모델 없이 데이터 축적 모델 만으로 거둬들인 성과다.

 

조 대표는 "에비드넷의 데이터 표준화 서비스는 지금 당장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면서도 "한미벤쳐스와 SK㈜ 모두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에비드넷의 사업 방향과 기술 혁신에 공감해 투자한 만큼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의 빅데이터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을 통해 의료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에비드넷의 단기 목표는 데이터 확보에 있다. 조인산 대표는 "7개 전문기업과 10개 연구기관과 함께 앞으로 3년간 39개 병원(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5400만명의 환자 데이터를 산업적 수준에서의 CDM을 통해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미 아주대병원, 강동성심병원, 강원대병원, 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 이대목동병원, 경북대병원, 경북대칠곡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CDM을 통해 변환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쌓이면 그 후 작업은 사업화모델이다. 어느정도,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조 대표는 CDM을 통해 변환된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 헬스케어 데이터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비식별화·익명화된 환자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 향상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하게 되면 각기 다른 형태의 의료 데이터가 표준화된 데이터로 상호호환성을 확보하게 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제공 및 분석 용역 서비스로 매출 발생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