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생성 AI 플랫폼 ‘알파폴드’ 신버전 출시 등, 전 세계 AI 신약개발 기술 경쟁 심화
올해 AI 신약개발 분야에 혁신이 예고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올해 주목해야 할 과학계 이벤트 중 하나로 '고도화된 인공지능(AI advances)'을 꼽았다. 기존보다 한층 강력해진 AI 기술은 신약개발 분야에 새 지평을 열 전망이다.
네이처는 최근 “올해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혁신으로 평가받는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AlphaFold)’가 새로운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고, 이에 맞춰 전 세계 AI 신약개발 기업들도 업그레이드된 플랫폼을 선보일 것”이라면서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알파폴드는 바이오 신약의 핵심 물질로 많이 사용되는 단백질을 매우 세밀하게 분석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기술이다.
올해 새롭게 출시될 알파폴드는 원자의 정밀도로 단백질과 기타 분자 간의 상호작용까지 모델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의 정밀도까지 분석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이집트 피라미드와 똑같은 건축물을 건설할 때 피라미드에 사용된 돌의 모래알까지 분석해 설계도를 작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약물 설계와 발굴 단계에서 성공 확률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후보물질을 발굴·개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알파폴드만 독보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상위 기업인 삼성, 애플의 스마트폰에 적용된 기술이 통상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이, 전 세계 AI 신약개발 플랫폼도 각각의 강점이 다르다. 아직 이 분야의 절대 강자는 없다.
글로벌 빅파마는 AI 신약개발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한 신약후보물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노피는 지난해 12월 아케미아(AQEMIA)의 저분자 화합물 전문 AI 신약개발 플랫폼 'Deep Physics' 사용에 대한 권리를 1억4000만 달러(약 1830억원)에 라이선스 거래했다. 이에 앞서 아스트라제네카도 앱사이(Absci)의 항체 치료제 전문 AI 신약개발 플랫폼 ‘Drug Creation’을 활용한 연구개발에 대해 2억4700만 달러(약 3228억원)에 체결했다. 이 밖에 바이엘은 지난해 11월 리커션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의 AI 신약개발 플랫폼 및 후보물질 7종에 대해 15억 달러(약 1조9605억원)에 라이선스 인하는 등 지난해만 해도 AI 신약개발 관련 기술거래가 수십 건 이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오유경 처장은 지난해 3월 FDA 기관장과 만나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함께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FDA와 공동으로 오는 2월 ‘한미 공동 AI 활용 의료제품 분야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에는 대표적으로 신테카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보로노이가 있다. 이 세 기업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술력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신테카바이오는 AI 신약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인 △합성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 △암 신생항원 예측 플랫폼 ‘네오-에이알에스(NEO-ARS®)’ △단백질-화합물 간 최적 결합자세 예측(Best-pose) 등의 서비스를 구독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중이다. 실제 케미버스를 기반으로 도출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PHI-101’과 악성 흑색종 등 난치성 고형암 치료제 ‘PHI-501’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보로노이도 AI 플랫폼으로 발굴한 신약후보 파이프라인을 임상시험하고 있다.
한편 네이처는 올해 주목해야 할 이슈로 고도화된 인공지능(AI
advances) 외 △지상망원경의 별 관측(Aiming for the stars) △무기화된 모기(Weaponized mosquitoes) △팬데믹 이후 대응(Beyond the pandemic) △달 탐사(Moon missions) △암흑물질 관측(Illuminating dark matter) △의식 논쟁에 관한 두 번째 실험(The consciousness debate: round two) △기후 위기 대처(Saving
the planet) △초고속 컴퓨터(Super-fast supercomputers)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