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가장 힘들었던 팬데믹,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되던 전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불안, 그리고 미국의 고금리 경제 정책으로 인한 국내 시장의 고환율 경제 불안 등의 외부적
환경은 의료기기 시장에도 영향을 주었다. 제조업의 원자재 값 상승은 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수입산 제품의 단가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여러모로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기 속에 기회라고 평가되던 일부 진단 시약 업체들과 코로나 관련 특수를 누렸던 품목들도 평년 수준의 매출로
돌아섰다. 이제 남은 일은 미래에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이것
또한 전 세계적인 경제 흐름으로 볼 때 녹녹치 않다.
결국 앞으로 우리나라의 의료기기산업에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반적인 정책의 우선순위가 수립되어야 하고,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지금의 대외환경에 대한 불안 요소를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논해 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출에 중심을 둬야 한다. 인구 절벽으로 인한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한 시장 성장을 위하여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해야한다.
이를 위하여 시장 변화에 따른 신제품 연구 개발과 제품의 완성도를 위해서 국내 제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제조업 중심의 규제 환경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규제 환경의 경우, 최근 국제 조화를 통한 규정 변화가 있었지만
이와는 별개로 국내 제조사들의 부담이 되는 각종 인허가 비용에 대한 차별화와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안전성을 위한 시험자료 중 ‘GLP 인증시험 검사’의 경우 기존 검사 대비 2~3배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내수용의 경우 기존
검사로도 충분히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 해야하는 GLP 검사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이보다는 기존 성적서의 인정 범위를 넓혀 연구 개발에 대한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시장의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한 제품의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지원금 등의 직접적인 전략보다는,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출시에 대한 지출 부담 경감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수출 지원을 위한 전문화된 의료기기 수출 지원조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2년 연속 G7 정상회의에 초대될 만큼 국제적으로 강화된 위상을 보여주었다.
저개발국이나 전쟁 이후 재건이 추진되는 지역을 위한 병•의원 설립에
대해 정부나 NGO단체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의료기기를 공급하기 위한 공신력 있는 전문 조직은 아직
미비하다. 의료기기 공급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향후 시장 확장과 시장에서의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는 일괄구매방식의 제안을 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하고 필요 시 관련 제품과 업체를
연결하여 판매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조직운영을 구상중이다.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과 정보를 취합하여 나아가 회원사의 매출 신장에 기여 할 수 있는 구조적 지원도 구상 할 수 있다.
셋째, 의료기기 생태계를 위한 환경 조성이다. 얼마 전 반도체 인력 수급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의료기기도 양질의 인력수급, 교육 그리고 규제 환경과 유통에 대한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의료기기법이나 체진법 등이 독립법으로 제정되어 독립적 산업으로 정책 수립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에 따른 관련 학과나 의료기기에 관심 있는 인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산업에 유입 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민관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협회가 10년 넘게 노력하고 있는 유통 환경 개선 방안 중 하나인
간납사에 대한 문제가 있다. 통행세 형식의 유통 비용이 증가되는 것은 막고, 대신 환자와 산업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시급하다.
규제 환경 또한 코로나 기간 막혔던 소통의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얼마
전 최근 발족한 한국규제과학센터에서 심사원에 대한 현장 교육을 시행하였다. 실재 제품을 시연해 보거나
제조시설에 방문하여 현장을 경험하는 교육을 시범적으로 시행 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심사자 입장에서는
실재 제품에 대한 제조 과정과 사용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현장에서도 심사자 입장에서 보는 심사기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와 같이 양방향의 살아있는 소통창구가 필요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지난 20여 년간 노력해온 발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넘어선 ChatGPT 등장이나
디지털 치료기기의 급속한 발전은 시장 자체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의료기기 산업계가 원하는 정책 및 사업으로 변화시켜 발전의 동력으로 전환 시키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의 조성,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의 개발과 지원을 위한 노력에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