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DTx), 상용화 길 열리나

고령화 심화 및 건강한 삶에 대한 니즈 증가는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에 바탕을 둔 효율적 치료인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디지털 치료제 활용의 사례로 디지털 정신건강관리가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적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기존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할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제공 관점에서 정신건강관리 활용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인식은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디지털 헬스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서 디지털 치료제 활용의 안전성 확인과 관련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다양한 질병에 활용되는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품질 소프트웨어(인공지능, VR, 게임, 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기기를 접목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유사하다. 다만의사의 처방임상적 근거허가 절차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다양한 질병에 활용되고 있다. 기술 수준 및 투자금액을 기준으로 현재 당뇨, 근골격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약물중독 등 행동정신 질환에 우선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활용 목적 및 기존 치료와의 관계에 따라 크게관리예방 보완형관리예방 대체형복약관리 증강형질병치료 보완형질병치료 대체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당뇨분야의 디지털 치료제는 당뇨병을 관리, 중대질병으로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Glookol 상품은 모바일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당뇨치료 개선을 위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병원의 EHR(Electronic Health Record: 전자 의료 기록)과 연동해 효과적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근골격 장애의 경우 통증 완화를 위한 약물복용 및 수술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SWORD Health 상품은 센서가 부착된 웨어러블 밴드를 착용해 환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근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측정된 움직임으로 운동치료사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고 운동치료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는 모바일 앱을 이용한 인지행동치료(CBT)를 주로 사용한다. Embr Labs Embr Wave는 체온이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소부위 온도 변화로 뇌에서는 전체 체온이 변화한다고 인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환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전용 앱과 연동시켜 착용하면 상황별, 개인별 최적 온도를 찾아 제공하고 온도 유지를 통해 수면에 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편두통의 경우 앱을 통한 인지행동치료나 생태전자 뉴로모듈레이션 등을 이용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Theranica Neivio는 편두통이 발작되면 팔 윗부분에 패치를 부착하고 스마트폰으로 조정해 패치에 내인성 진통 메커니즘을 촉발시켜 편두통 및 관련 증상을 완화시킨다. 12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으며 FDA의 승인을 받았다.

▶ 디지털 치료제 시장 향한 잰걸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디지털 헬스전체 시장 대비 작은 규모지만 향후 성장 속도가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럽과 미국은 기존 제도의 개선 및 규제 도입으로 디지털 치료제 시장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독일의 경우 2019년 독일 내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위해 디지털 진료법, DVG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후 DiGA을 도입해 디지털 치료제의 요건, 처방, 보상 등을 명시하고 디지털 치료제 활용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Fast-Track을 도입해 유럽 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영국은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 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평가 및 분류를 재정비하고(NICE) 디지털 치료제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프랑스는 2020년과 2021년에 디지털 헬스, 디지털 치료제 관련 정책 개선을 추진하고 2021년 디지털 치료제 시장 촉진을 위해 PECT를 도입했다. 미국은 2017년 디지털 헬스 혁신 계획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헬스 등 가이드 가인을 제시했다. Pre-Cert 프로그램, Breakthrough Device 지정 등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 촉진을 위해 2020년 프로그램 의료기기 실용화 촉진 패키지 전략과 2021년 프로그램 의료기기 실용화 촉진을 위한 체제 강화를 제정했다. 국내에선 2020년 범부처(과기‧산업‧복지‧식약)차원의 디지털 치료제 전주기(R&D~임상‧인허가‧제품화) 지원 프로그램(혁신의료기기지원법)제정, 혁신적 의료기술의 요양급여 여부 평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해외 보험회사에선 이미 디지털 치료제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은 민영 건강보험회사(Highmark, SelectHealth, 다수의 BCBS 계열 보험회사 등) FDA가 승인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보험보상을 결정했다. 독일은 총 8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DiGA 영구인증이 되어 사용시 보험회사 (Barmer, Allianz, AOK )로부터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영국은 총 3개의 디지털 치료제(Deprexis(우울증), Sleepio(불면증), Oviva(당뇨치료))가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이 가능하다. 프랑스는 당뇨치료, 종양환자 케어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각각 Diabeo, Moovcare)가 보상 가능하도록 선정됐다. 일본은 현재 1개의 디지털 치료제( Cureapp 니코틴 중독치료제)가 급여대상이다. 급여금액 범위는 앱 및 CO 검사기 재료비용과 관리 평가비 모두 포함된다.

▶ 국내 보험산업, 디지털 치료제와 시장 성장 주목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6월 현재 33개 디지털 치료제가 임상시험계획으로 승인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 두 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청 정식 허가를 받았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향후 점진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디지털 치료제의 이해와 정신건강관리 측면에서 활용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7디지털 치료제의 이해와 활용: 정신건강관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디지털 치료제를 활용한 정신건강관리라는 주제발표에서 디지털 치료제는 그 자체가 질병관리 플랫폼 성격을 지녀 향후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관리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상담치료기법 등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초기의 디지털 치료제는 정신과 영역 치료에 특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가 출시되었고, 우리나라도 에임메드와 웰트에서 불면증 치료제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어디지털 치료제는 그 자체로서 질병관리 플랫폼의 성격을 지녀 개인맞춤형 질병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더 나은 치료계획 수립을 통한 치료 자원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높아진 성능에 맞는 유연한 가격산정은 제품 개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보험의 관점에서 디지털 치료제 활용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질병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고객에게 최적의 보험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제도 개선으로 보험급여·보상이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해외 보험회사도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 및 역량 강화 전략의 하나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국내·외 디지털 치료제 동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함께 보험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에 맞춰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투자와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향후 허가받은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상품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