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분야의 흐름이 갈수록 크게 바뀔
전망이다. 영상 판독이나 환자 데이터를 통한 질병 예측은 의사보다 AI의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많은 사례를 금세 학습할 수 있는 특성상 정확도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다만 AI가 의사를 대체한다는 게 아니라 의사의 업무를 보조해준다는
의미다.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의사들도 환영하고 있다.
AI는 수년 전부터 사회적으로도, 각종
산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의료 분야의 경우 갈수록 빠르게 호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는 의료 AI가
전문의 5명의 진단보다 정확했다는 연구가 실렸다.
영국 베스대학교에서 개발한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는 현지 의료기관에서 엑스레이
사진 2364개의 고관절 골절 유무 정확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5명의 전문의를 거치며 판독한 결과의 정확도는 77.5%로 분석됐다. 10건 중 2건은 골절을 놓친 셈이다. 그런데 의료 AI가
판독한 결과 정확도는 92%로 전문의 5명의 판독 정확도보다 18.7% 높았다.
국내 연구진도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를 내고 있다. 유일한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AI를 통한 근전도 검사 판독이 의사보다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모두 뛰어났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5~2020년 신경병이나 근육병이 의심돼 근전도 검사를 받았던
환자 57명의 데이터를 AI에 적용한 결과 정확도는 88%, 민감도는 82%, 양성 예측도는 86%였다. 반면 의사 6명이
같은 조건으로 판독한 결과 정확도는 69%, 민감도는 54%, 양성
예측도는 60%였다.
또 AI는 환자의 모든 근육의 근전도를 판독해 최종 진단을 내놓는
데 1초 걸렸지만 의사들은 평균 30~40분 이상 소요됐다. 근전도의 경우, 맨눈으로 신경병과 근육병을 완벽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검사 결과에 대한 판독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그간의 연구가 이미 진료가 끝난 데이터를 활용했다면 최근 실제 현장에서 쓰인 결과도 제시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루닛은 '2022 북미영상의학회'(RSNA)에서
자사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 28일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프레드릭 스트랜드 박사 주도로 유방암 검진을 받은 현지 여성 5만5579명을 분석했다. 수검자 1000명당 암 발견율을 비교한 결과 AI와 전문의 조합은 4.3명, 전문의 2명은 4.1명, AI 단독 진단은 4.1명으로
나타났다.
AI와 전문의 1명이 함께
진단한 경우가 암을 더 많이 발견한 것이다. 암 재검사를 위해 환자를 다시 부른 암 재검률(RR)도 전문의 2명(29.3명)보다 AI와 전문의(28명)가 낮았고 AI 단독은 15.5명으로
전문의 2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현재 의료 AI는 △환자
진료기록 분석 △의료 영상 판독 △임상 데이터 관찰을 통한
질병 예측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입원 환자의 중증 응급상황을 예측해주는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는 국내에서 두 번째 생체신호 분석 AI 소프트웨어로 허가를 받았다.
특히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일반 병동에서 패혈증, 사망, 예기치 않은 중환자실 전실에 대한 예측 성능과 중환자실에서 사망 발생 예측 성능을 입증했다. 성능은 예측정확도(AUROC)라는 통계기법으로 평가됐는데, 의료진이 직접 한 결과(조기경보 점수)보다 좋았다.
의료 AI는 많은 환자를 바쁘게 살펴봐야 하는 의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고 의사가 부족한 환경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의 예방, 진단에도 도움이 돼 활용 가능성이 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