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교육 디지털전환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

글로벌 의료 교육 현장은 코로나19 이후 10년치 혁신이 앞당겨졌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모임이 제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면서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해 실습 현장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동안 의료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의료 데이터 솔루션, 디지털 치료제, 수술 로봇 등을 개발하며 의료 사고 경감과 의료 서비스 향상에 힘써 왔다.

특히 바이오 메디컬 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병원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 현장에서도 임상 경험이 다양한 인재의 수요가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의료진 훈련 과정 역시 이 같은 능력을 함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미래 의료인 교육은 물리적 공간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환자 안전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최대한 확보하는 작업이 필수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실제 환자를 의료인 교육에 투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실습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확장현실(XR) 기술을 활용한 의료인 시뮬레이션 교육의 필요성이 커진다.

한 예로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국내 간호사와 의대생 인증평가 제도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병원에서 임상실습 1000시간을 이수해야만 했지만 올해부터는 학점제를 도입, 시뮬레이션 실습으로 대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의대생 국가시험 제도 역시 컴퓨터시험(CBT) 방식이 도입된다. 기존 수기로 작성하던 평가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 변화의 공통 목표는 임상 현장과 가까운 환경에서 임상적 추론, 의사결정 역량, 창의적 문제 해결이 가능한 의료 인재 양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는 기존 학습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물리적 공간을 디지털로 옮겨 확장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의료 교육의 디지털전환을 통해 메타버스가 실현된다면 많은 사회적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 우선 의료진 훈련을 위한 고가의 의료 시뮬레이션 장비를 갖춰야 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의료 지식과 실습환경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자는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보장받고 학생들은 법·윤리적으로 자유로운 실습환경을 누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의료 교육의 디지털 전환은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전환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세 가지 부분을 짚어 보자.

첫째 의학적으로 실재감이 높은 가상 환자는 시각적·청각적 요소가 환자 증상을 나타내는 의료 데이터와 일치해야 한다. 또 학생들의 의사결정과 상호작용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술적 역량과 투자는 필수다.

둘째 많은 교육 전문가는 지나친 의학적 실재감을 추구하게 될 경우 미숙한 학생들이 가상 환자를 진단하고 처치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셋째 의학적 실재감을 높이기 위해 임상 환경과 동일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면 교육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실제 임상 환경에서는 환자의 상태 변화와 치료 과정이 수개월에 걸쳐 이뤄지겠지만 이를 20분 이내에 시뮬레이션해야 하기 때문에 구축 과정에서 이를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가상과 현실 사이에 적절한 경계가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을 하드웨어와 융합한 첨단 솔루션이 교육 현장에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어떤 XR 기술로 개발했고 어떤 디바이스와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술과 융합한 의료 교육 환경에 맞는 데이터 기반 상호작용성, 안전한 몰입감, 교육적 선별을 고려한 교육평가 프로토콜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솔루션만이 글로벌 의료 교육의 디지털전환을 리드하고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