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VR•챗봇 등 소프트웨어 이용한 3세대 치료제 주목

최근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등 사회적 부담이 높아지고, 의료접근성 문제로 인한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만성질환 환자가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전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의료기기다. 디지털 치료제는 영상, 소리 등 일련의 디지털 자극으로 환자의 행동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그 결과로 얻어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등의 기능을 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대표적인 예로 의약품・의료기기와 병용하거나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모바일 앱・VR・챗봇・인공지능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제는 법제상 의료기기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기존 의약품과 유사한 질병치료 기능을 제공해 3세대 치료제로 분류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중에서도 단순 건강관리가 아닌 질병 예방·관리·치료가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는 미래 건강관리 서비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치료제는 소프트웨어 특성상 기존의 치료제 대비 독성과 부작용이 적고 일반의약품과 같은 제조·운반·보관이 필요하지 않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공급이 쉬워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치료제 적용을 통해 정신질환, 만성질환 등에서 대면진료를 일부 대체해 감염 우려를 줄일 수 있어 최근 코로나 19 상황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소수의 의사가 물리적·시간적 한계와 무관하게 많은 수의 환자를 관리할 수 있어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공급 부족, 지역적 편재 등의 문제를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 게임, VR 등은 한 국가의 인구 전체를 상대로 치료효과를 제공할 수 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적으며 개발 기간도 짧아 신시장 창출이 유리하다.

만성질환의 증가와 기존 치료제의 높은 의료비용으로 인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향후 급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Statista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이 2016년에서 2025년까지 167000만달러에서 894000만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관련업계는 2017 2월 비영리 단체인 Digital Therapeutics Alliance(DTA)를 결성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기존 의료체계로 통합하고 관련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비영리 무역 조합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관련 분야 주요 기업과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 기업들이 참여했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정신질환 관련 디지털 치료제의 규제 완화 또는 국가 의료보험 적용을 시작했다. 2020년에 들어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신질환 관련 디지털 치료제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국가 의료보험으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 8 27일 디지털 치료기기 정의와 판단기준 등을 담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는 등 디지털 치료제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를 준비 중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해당하는 제품의 범위, 판단기준, 허가·심사 방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민원편의와 허가·심사 업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제조·수입 허가·인증, 기술문서 등 심사, 임상시험계획승인 등에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ICT와 제약·바이오기술 등에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 제도가 마련됨에 따라 향후 관련 산업 분야의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이프시맨틱스(호흡 재활 치료), 뉴냅스(뇌 손상 후 시야장애 개선 인지치료), 에임메드(불면증 치료), 웰트(불면증 치료)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을 승인받았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탐색 임상을 허가 받으며 디지털 치료제 개발 대열에 합류하면서 첫 디지털 치료제의 등장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치료제의 급여 적용 협상력과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