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 '예방' 중심으로 성장할 것

최근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꼽는다면 소비자들이 건강관리를 서비스받는 '객체'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들이 건강관리 주체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바일·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디지털 전환이 있었다. 소비자가 직접 서비스를 선택하고 자신의 건강을 케어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만개했다. 예전에는 전문 의료진을 대면할 때만 가능했던 서비스 중 일부가 ICT와 결합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전환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특히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소비자들이 치료와 사후 관리에 앞서 '예방' 차원에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하는 큰 계기로 작용했다. 백신과 더불어 기저질환과 면역을 관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일깨웠다. 코로나19가 내원이나 입원 등 병원에서 치료받는 과정에 앞서 일상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수요를 자극한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성장은 세계적 현상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매년 약 30% 성장해 2025년께에는 5044억달러( 59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사, 플랫폼 등 최근 국내외 우량 IT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속속 참여, 소비자와 서비스 저변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거대 IT기업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들은 2020년을 전후해 정보검색에서 콘텐츠 제공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들이 가진 이용자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공지능 기술은 개인 건강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필수 요소다.

의료 관계자들이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학을 전공한 이들은 의료 업계에서 쌓은 전문 식견에 ICT를 결합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전문성과 편의성을 갖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내 손 안의 건강관리 주치의'를 자처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서비스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만 건강관리 본질에 충실하다. 의료 관계자들이 직접 기업을 이끌며 '전문적이면서도 편리한 건강관리 서비스'라는 새로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일부는 거대 플랫폼 못지않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일례로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을 돕는다는 미션 아래 2017 2월에 출시된 애플리케이션 '캐시워크'는 걸음 수 기반의 '금전적 보상', 사용자 간 '촉진 네트워크'라는 특유의 동기부여 수단으로 일상에서의 건강관리 습관화를 유도하며 1600만 사용자를 모았다. 일반 대중의 건강관리 수요를 확인한 것이다.

헬스케어 산업과 IT 기술이 결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는 '소비자의 물리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간단한 건강상담도 직접 의사를 찾아야 했다. 비용은 물론 심리적 부담도 상당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가 대중화되면 사람들은 간단한 조작만으로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 의료 서비스 문턱이 대폭 낮아지는 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조만간 피지컬 케어와 멘털 케어를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분야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코로나블루'라는 우울증이 현대인들의 새로운 고질병으로 떠오른 것이 좋은 예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명상·상담 앱이 느는 현상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이제 시작이다. 특히 '예방'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건강관리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고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며 이 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독보적인 ICT 수용력을 자랑한다. 한국이 예방 분야에서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