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의료 영역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켰다. 디지털 헬스케어 중에서도 한국에서는 불법이었던 의사-환자 간의 원격 진료(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현재 14개가 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회사들이 생겨났고, 디지털 치료제, 의료 인공지능,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헬스케어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매년 12월과 1월은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분위기가 들뜨기 마련이다. 하지만 2020년에 이어 2021년 연말 또한 코로나19 확산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희망보다 우울함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러한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도 헬스케어, 즉 보건의료부문은 이전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이 이어졌고, 폭넓은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가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적으로 여러 사회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시켰는데, 의료 영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유전체 분석기술의 발달로 예방·맞춤 의학을 표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관심도가 높아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 중에서도 원격 의료(한국에서는 ‘비대면 진료’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디지털 치료제, 의료 인공지능,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헬스케어 영역이 의료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점차 익숙한 용어가 되고 있다.
2022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제, 의료인공지능, 가상현실에서 이뤄지는 헬스케어를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팬데믹 영향으로 국내에선 한시적으로 원격진료 허용
한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의사-환자 간 이뤄지는 원격 의료(비대면 진료)가 불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및 시행’을 통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을 뿐이다. 이후 2021년 9월 기준으로 1만1936개의 의료기관에서 276만건의 비대면 처방이 이뤄졌다.
현재 한국에는 14개가 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의료인, 약사, 시민단체 및 환자 단체 등 산업계의 다양한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영역이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의 방향과 지속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이다 보니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상태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의료법 개정의 가능 여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치료기기’라고도 불리운다. 소프트웨어나 앱을 통해 치료한다는 개념의 새로운 형태의 약이라 볼 수 있다. 기존 신약처럼 임상시험을 거쳐서 효과를 검증 받고, 의사의 처방을 통해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 처방전을 받아서 사용하는 신개념의 약이다.
즉 일반적으로 우리가 복용하는 약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형태가 소프트웨어나 앱의 형태인 디지털 약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디지털 치료제 업체인 ‘피어 테라퓨틱스’가 FDA 승인을 받았고, 또한 SPAC 합병을 통해 작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최근 처방 건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1년 12월 기준 8개의 디지털 치료제가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진행 중에 있다. 주로 불면증, 중독, ADHD 등 정신건강의학 영역이 대다수를 이룬다. 일부이긴 하지만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등)과 암환자 관리에서 디지털 치료제도 시도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를 처방 받은 환자들이 기존 약처럼 복약 순응도를 잘 유지하고, 장기적인 효과를 보여줄 지가 앞으로 주의깊게 지켜볼 부분이다.
의료 인공지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중 가장 빠르게 적용 분야를 늘려가고 있다. 이미 병원에서는 의료 영상 인공지능을 통해 결핵, 폐렴, 폐암, 유방암 등의 질환을 진단하는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병원 내 응급 상황 예측에도 인공지능이 이용되고 있다.
이 분야는 이미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업체들이 꽤 있는 편이다. 다만 헬스케어 특유의 규제와 복잡성으로 다른 분야보다 인공지능 확장 속도가 느린 편일 뿐이다.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중요하다.
마지막은 2021년 키워드 중의 하나인 메타버스와 연관된 가상현실 기반의 헬스케어이다. 규제 등의 이슈로 아직까지 주로 의학 교육에 한정돼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학교육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병원 내 실습을 하기가 어렵거나 제한된 분야에서만 실습을 하다 보니, 가상현실(VR)을 통하여 의학 실습을 하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기술의 발달로 크기 및 비용이 낮아진 HMD(Head Mounted Display)도 가상현실 기반 의학교육 확장에 영향을 주었다. 주로 가상 환자 기반의 의학교육과 3차원 해부학 및 수술 영상에 적용되고 있다.
가상 환자는 실제 환자처럼 혈압, 호흡수, 심박수 등을 실제 데이터를 이용하여 적용하고 있으며, 여러 의료 행위에 따라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종의 디지털 트윈(쌍둥이)이다.
이밖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실제 수술현장에서 증강현실(AR)을 이용하여 환자 신체 위에 CT나 MRI 이미지가 같이 보이게 하는 시도들이 있고, 의료기기 인증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알아본 분야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이용한 의료 혁신의 시도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의료 혁신을 통하여 가까워지는 미래 의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