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호 국산 디지털치료제 등장 위한 필수전략은?

2022년에는 제1호 국산 디지털 치료제(또는 치료기기, DTx)가 등장할까.

현재 국내에서는 라이프시맨틱스(호흡 재활 치료), 뉴냅스(뇌 손상 후 시야장애 개선 인지치료), 아임메드(불면증 치료), 웰트(불면증 치료) 등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증 임상을 승인받았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탐색 임상을 허가 받으며 디지털 치료제 개발 대열에 합류하면서 첫 디지털 치료제의 등장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가 급여 적용 협상력 및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 검증에 집중한 나머지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 같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신재용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지털치료기기 산업 원천 기술 개발·실증 및 상용화 지원’ 연구 사업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치료기기 안전성·성능 평가 및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펴내는데 기여했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기기에 해당하는 제품의 범위, 판단기준, 허가·심사 방안 등을 제시함으로써 민원편의 및 허가·심사 업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또는 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제조·수입 허가·인증, 기술문서 등 심사, 임상시험계획승인 등에 적용된다.

신 교수는 기업들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 목적과 향후 활용 방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건강관리 어플리케이션 등 웰니스 서비스가 아닌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이유가 무엇이고 이를 통해서 회사가 얻고자 하는 이득은 무엇인지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프로덕트가 견고해야지만 향후 보험자와의 테이블에서 협상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전략 수립은 제품 허가 및 급여 적용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에서의 경쟁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외국의 경우,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허가 전 3~4번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소프트웨어 오류는 없는지, 환자 만족도는 어떤지를 살펴본다. 최적화와 고도화를 모두 거친 다음에야 인허가 절차에 돌입한다”며 “한국의 경우, 그런 과정이 생략됐다. 허가 자료 제출을 위한 임상이 첫 번째 임상시험”이라고 짚었다. 

이어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만들면 소프트웨어를 모방하는 것도 쉽다”며 “나중에 규모가 크고 자금력을 지닌 제약회사나 EMR 기업 등이 시장에 진입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경쟁력이 금방 휘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민간 보험과는 다른 공보험 시스템, 그리고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부 기업의 경우, 식약처 허가를 받으면 당연히 보험 적용이 뒤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 행위 수가 적용이 갖는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왜 급여 적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지, 경제성평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
반면, 식약처 및 심평원이 국내 디지털 치료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 

신 교수는 식약처의 2020년 디지털 치료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발표를 ‘페이즈 0’, 2021년 임상시험계획서 작성 가이드라인 발간을 ‘페이즈 1’으로 평가했다. 또 식약처가 향후 수행해야 할 과제로는 디지털 치료제의 세분화 기준 마련을 꼽았다.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의 종류가 다양한데 이를 나누는 기준이 없다. 가령, 높은 리스크를 지닌 디지털 치료제가 있고 그렇지 않은 디지털 치료제가 있다. 우울증이나 자살과 관련된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전자에 해당한다. 이 경우 리스크 발생 시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를 평가하는 데 있어 삶의 질 향상을 비롯한 ‘환자 중심 지표’를 어느 만큼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용 효과성 면에서 생존연수, 검사 수치만을 놓고 평가하면 디지털 치료제의 강점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서 질환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가 높아졌는지, 환자의 자기 관리가 개선됐는지,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 횟수가 감소했는지 등을 놓고 보면 강점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PMS(시판 후 사후관리) 방식, RWD(실사용데이터)와의 연동, 향후 마이데이터 산업과의 연계 등은 식약처, 보건복지부, 심평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서 함께 장기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