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어디까지 왔나

전 국민의 보편적 건강 보장을 강조하는 ‘헬스케어 4.0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건강관리를 돕는 헬스테크의 중요도가 증가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며 개발과 투자가 한창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2409억 달러(약 332조6347억 원)로 추산되었으며,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1.9%의 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매출은 총 5조7000억 원이다. 사업 분야별 매출 분포는 의료용 기기(34.4%), 디지털 의료 및 건강관리 지원 시스템/인프라(27.6%),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14.4%), 건강관리 기기(8.3%), 의료용 소프트웨어(6.8%), 건강관리 솔루션(5.5%), 매칭 플랫폼(3%) 순으로 집계됐다.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은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자, 헬스앱 제공자, 웨어러블 디바이스 제조사, e-처방 시스템의 내수 시장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주도된다.

오는 2025년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노인의 보행을 돕는 시니어 헬스테크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의 경우 이미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방문건강 관리사업 대상자 중 70~80대 노인 참가자를 선발해 수원 매탄공원에서 야외 운동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위로보틱스 관계자는 “실제로 작년 광교중앙공원에서 8주간 70-80대를 대상으로 웨어러블 로봇 윔(WIM)을 착용하고 운동을 진행한 결과, 한 70대 참가자는 보폭이 기존 약 52.6cm에서 운동 이후 58.8cm로 늘었으며 보행나이는 기존 88세에서 70세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공개된 윔 B2C 제품은 1.6kg의 초경량 무게와 휴대가 용이한 컴팩트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보행 보조 능력을 제공하는 위로보틱스의 웨어러블 로봇이다.

전용 앱을 통해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착용자의 근력, 균형, 자세 등 중요한 보행지표를 수집 및 분석하고 보완점을 진단해 맞춤형 운동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입는 과정이 편리해, 방법을 익히면 윔을 30초 이내로 착·탈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위로보틱스의 설명이다.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건강관리를 희망하는 일반 수요자 중심으로 확장되면서, 국내 대기업들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활용한 헬스테크 분야 개발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헬스와 더불어 체성분 측정,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를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명확히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더 나은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마음건강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하버드 의대 부속병원이자 정신의학으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병원으로, 마음건강과 관련된 풍부한 임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은 수면 상태, 신체 활동, 심박수 및 심박수 변화, 생활 패턴 등 갤럭시 워치로 측정된 다양한 데이터들과 마음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갤럭시 워치에 탑재된 독보적인 센서 측정 기술이 활용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지 형태의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갤럭시 링’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MWC 2024(Mobile World Congress 2024)에서 공개한 바 있다. 갤럭시 링은 올해 안에 출시 예정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가정·상업용에서 산업·의료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제품 콘셉트들을 공개하며 로봇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018년 산업 및 물류현장 근로자의 신체 노동 부담을 줄여주는 웨어러블 로봇 ‘LG 클로이 수트봇’을 공개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CES 2024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다양한 B2B 현장에서 운영 중인 양문형 ‘LG 클로이 서브봇’이 최적의 의료 서비스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문형 LG 클로이 서브봇은 4칸의 양문형 서랍에 최대 30kg까지 물건 적재가 가능, 다양한 크기의 의료용 물품 배송이 수월하다. 내부에는 위생을 고려해 항균 처리된 소재 및 환기팬을 적용했다. 또 이송 중인 의약품 및 검체, 혈액 등 물품의 도난, 분실 등을 방지하는 보안·잠금장치가 탑재됐다.

2020년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외래를 시작으로 이원 의료재단, 국립 암센터, 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 다양한 의료기관에 클로이 로봇 솔루션을 지속 공급하며 의료 서비스 분야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하고 다양한 공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심리 치료로까지 이어지는 앱 서비스 ‘답다(답장받는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네이버는 사내 병원에서 AI 기술로 환자의 검진 이력, 적절한 검진 추천 등 의료진의 업무를 간편하게 해주는 솔루션을 시범 도입했다. 상조회사 보람상조리더스는 최근 업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과 AI 기반의 디지털 시니어케어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AI신약팀을 구성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독자적 AI 신약 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오픈하기도 했다. 데이지는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 개발 포털’로,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까지 빠르게 예측할 수 있다. 향후에는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 개발 전주기에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