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위험군 선별… 디지털로 치매 관리하는 시대 성큼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서 엿본 치매 치료-디지털 케어

| FDA 승인 알츠하이머 신약 화제 비용 수천만원 달해 대중화엔 한계

|국내 기업 디지털 진단 임상 진행진동- 활용 면역세포 활성화

|전자약으로 건강 지키게

국내 치매 환자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었다. 치매 원인의 70% 이상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양전자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만 100만 원 넘게 들어간다. 이건호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장)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저렴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치매 예측 및 예방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3∼25일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에서 치매 전문가인 이 교수와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회장)를 만나 치매 치료와 예방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 美 FDA,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제 승인

지난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방법에 집중됐다. 그리고 지난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에 반응하는 항체로 혈관에 주사한다. 항체는 혈류를 통해 뇌로 전달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되고 응집체를 제거해 뇌 신경조직의 손상을 억제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았고 올 하반기(7∼12월) 국내 환자들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비용, 효과 등의 문제로 접근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 치료제는 아직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충분치 않고 부작용도 적지 않아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국내 기준으로 연간 치료 비용이 50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돼 치료 기회조차 얻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 “디지털 기기 활용해 치매 가능성 예측”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치매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치매 관련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면 뇌의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디지털 치매 예측 기술이라고 한다. 그동안 인지기능 검사는 대면 지필검사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검사법이 개발되고 채점까지 자동화되는 등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검사 대상자의 음성, 움직임, 수면 등의 패턴을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모코그(디지털치료제), 하이(디지털치료제), 바이칼에이아이(음성 분석 치매 진단),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수면 패턴 분석)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윤 교수는 “국내 유무선 통신망이 탄탄한 데다 업체들의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치매 치료도 정보통신기술(ICT)과 AI 등을 접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 “치매도 속도 늦추거나 예방 가능”

치매는 고령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매도 평소에 준비하면 속도를 늦추거나 증세를 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는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제뿐 아니라 빛과 진동, 소리, 초음파 등으로 뇌를 자극해 치료하는 전자약 개념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의료용 기기 연구개발 업체인 아리바이오는 40Hz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 자극으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헤드밴드를 개발했다.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임상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 밖에도 빛의 밝기나 세기로 뇌를 활성화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빛의 경우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거나 뇌에 직접 빛을 쪼여 자극을 줄 수 있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뇌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방식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먹는 약이 아니라 디지털 전자약으로 뇌를 건강하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