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 오너들이 전문 투자사를 직접 만들거나 대규모 펀드 조성을 진두지휘하며 바이오
기업들의 옥석을 가려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벤처캐피탈
또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전문성을 갖춰 바이오벤처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창업투자회사 한미벤쳐스도 그 중 하나다. 한미벤쳐스는 오픈이노베이션 기조 아래 '사회적 가치'에 근거한
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미벤쳐스 출범 이후 뚜렷한 투자 사례가 나오진 않다가 최근 바이오 빅데이터
기업에 투자해 주목을 받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벤쳐스는 최근 SK㈜와 손잡고 의료 데이터업체 '에비드넷'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양사의 누적 투자금은 100억원 가량이다. 한미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 총괄 출신인
조인산 전 한미약품 정보전략실 상무가 에비드넷 대표를 맡았다.
조인산 대표는 "에비드넷의 데이터 표준화 서비스는 지금 당장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병원 임상 데이터 연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며 "한미벤쳐스는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에비드넷의 비즈니스 모델이 향후 임상 의학연구
발전에 혁신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투자를 집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7년 설립된 에비드넷은 현재 직원 수가 30명 정도다. 정부의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에 참여해 국내 40여개 대형병원 정보를 전환, 빅데이터 분석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에비드넷의 주력 비즈니스는 병원들의 내부 데이터를 고르게 평준화시키는 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병원에는 무수히 많은 질병 관련 데이터들이 쌓여있지만
그동안은 데이터들을 표준화할 수 없어 공동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에비드넷의 사업은 각 병원 서버에 있는 데이터들이 동일한 표준을 갖추도록 변환해주는 것이다.
조 대표는 "데이터가 평준화 되면 병원들이 각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이 수월해진다"며 "과거 1년 이상 걸렸던 임상 데이터 연구들이 1시간 내로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물론 임상 연구의 퀄리티를 높여가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한미벤쳐스는 에비드넷 투자에 대해 경영권 목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의
투자라고 주요 투자자로 함께 참여한 SK㈜ 역시 에비드넷 투자
진행에 있어 비슷한 목적에 근거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두 회사가 에비드넷에 투자한 자금은 총 100억원이며 지분 비율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조인산 대표는 "한미벤쳐스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에 접근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에비드넷의 사업이 향후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 기술이 발전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한미약품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총괄을 역임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신수종 사업
진행을 주도해왔다. 임상의학연구(클리니컬 에키데미올로지) 박사 과정의 경험을 토대로 에비드넷 기술의 가치를 눈여겨보게 됐다.
한미벤쳐스는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오너일가가 지난 2016년 계열사 한미헬스케어(구 메디케어)와 함께 출자해 만든 창투사다. 설립 당시 지분은 임 회장 및 오너가와 한미헬스케어가 나눠 가진 구조였으나 지난해
오너일가의 한미벤쳐스 지분을 전량 한미헬스케어에 넘기면서 한미헬스케어의 한미벤쳐스 지분율이 기존 50%에서 100%로 확대됐다.
현재는 한미벤쳐스에 오너가의 직접 지분은 없다. 다만 한미헬스케어가 임종훈 한미약품 부사장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사장이 각각 36%,
34%, 21%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회사이므로 결국 한미벤쳐스도 오너가 자금으로 설립,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한미벤쳐스의 대표이사도 임종훈 부사장이 맡고 있다. 현재까지 한미헬스케어가 한미벤쳐스에 투입한 자금은 100억원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