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왼쪽부터) HB인베스트먼트 최지은 이사, 에이아이트릭스 김광준 대표, 세브란스병원 정경수 교수. 사진='의사 VC가 PICK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 중계 영상 갈무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 중에는 갑작스레 상태가 나빠져 생사의 기로에 서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이를 사전에 예측해 방지하는 것이 최고겠지만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예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여러 면에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한 에이아이트릭스의 인공지능(AI) 기반 임상진료지원시스템(CDSS) ‘AITRICS-VC(바이탈케어)’는 이러한 의료진의 고민을 덜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솔루션이다.
바이탈케어는 6가지 생체신호, 11가지 혈액학적 검사 및 기타 환자 정보를 기반으로 ▲중환자실 환자의 6시간 이내 사망 ▲일반 병동 환자의 6시간 이내 사망 ▲예기치 않은 중환자실 전실 ▲ 심정지 및 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AI 모니터링 솔루션이다. 환자 중앙 감시 장치에 적용해 대시보드를 통해 환자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알림 기능을 추가해 응급상황에 신속 대응을 돕는다. EMR 시스템과도 연동이 가능하다.
메디게이트뉴스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의사 VC가 PICK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에서는 HB인베스트먼트 최지은 이사(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선택한 에이아이트릭스가 바이탈케어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의료 상향 평준화·업무 효율화로 '환자 생명' 구하고 '비용' 절감
AI의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에이아이트릭스 김광준 대표(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는 “1차적으로 AI가 의사가 가진 지식을 빠르게 학습하고 어떤 면에선 의사보다도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첫 번째 모델이 바이탈케어라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의료진 간의 수준 차이를 줄이고,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이탈케어를 개발하게 됐다. AI 기반의 CDSS가 의료수준을 상향 평준화와 업무 효율성 제고에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살리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절감하는 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바이탈케어가 예측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패혈증이 그런 경우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환자는 위험해지고 거기에 투입되는 자원들도 크게 늘어난다. 실제 패혈증은 진단이 한 시간 지연될 때마다 사망률이 8%씩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경험이 많은 감염내과 교수나 중환자실 근무 의사들에게도 패혈증 예측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바이탈케어는 AI가 가진 기본적 단점인 ‘블랙박스’ 문제를 해결해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를 확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통상 AI가 내놓은 결론은 어떤 논리적 근거로 도출된 것인지를 알 수 없는데, 이는 의료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김 대표는 “의료진, 인공지능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XAI 모델을 만들고 있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답을 줬는지 의료진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AI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탈케어는 기존 환자상태 예측 지표 대비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사진=에이아이트릭스 발표 자료
기존 환자상태 예측 지표 대비 정확도 50~70% 높아..."홈케어까지 확장 가능할 것"
바이탈케어는 이미 국내외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현재는 복지부의 신속대응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바이탈케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일반병동과 중환자실을 넘어 홈케어로까지 활용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연구 결과, 기존에 중환자실에서 환자상태를 예측하는데 쓰이는 각종 지표와 비교했을 때 50~70%가량 정확도가 더 높았다”며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과도 협업해 3년간 중환자실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고 전통적인 예측지표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면서 미 식품의약국(FDA) 인허가와 유럽 진출을 위한 CE마크 획득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일반병동과 중환자실뿐 아니라 응급실 등으로도 원내 사용 범위를 넓혀가는 동시에 커뮤니티케어, 홈케어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끝으로 바이탈케어의 비용 부담을 덜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아직 보험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은 AI 바우처 사업을 통해 국가지원을 받는 방법이 있다. 또, 내년 상반기 이내에는 신의료기술 유예 수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 때가 되면 병원에서 사용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덜할 것이다. 병원별 사정이나 환자군 특성에 맞는 가격 모델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탈케어를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경수 교수(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는 지난 2017년부터 에이아이트릭스와 협업하며 바이탈케어를 발전시켜 온 경험을 공유했다
세브란스병원 정경수 교수 "기존 인력 업무 부담 줄이려 사용자 경험 등 심혈 기울여"
그는 “처음에는 EMR을 기반으로 바이탈 사인을 갖고 어느 범위를 넘어서면 주치의에게 문자를 발송하는 식으로 만들었는데 의료진들이 ‘잠을 못 자겠다’ ‘노이즈가 너무 많다’고 불만들이 많았다”며 “이후 노이즈를 없애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EMR 데이터 중에서 여러 정형, 비정형 데이터가 있는데 병원마다 데이터 구조가 천차만별인데 우리만 쓰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해서 최대한 정형 데이터 뽑아낼 수 있는게 생체신호와 랩 데이터였다”고 했다.
정 교수는 또 “(처음에는) 예측을 해주는 게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로 오히려 늘어나는 문제도 있었다”며 “병원에 있는 모든 의료진이 이걸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해서 타깃으로 삼은 게 조기대응팀이고 다음에 중환자팀이었다”고 했다.
이어 “조기대응팀은 의사가 소수고 간호사들이 메인인데, 문서작업이 많다.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리포트해야 하고, AI 다 좋은데 업무흐름에 들어가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했다. 결국 사람의 일을 줄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예측도 중요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면 싫다는 거다. 그래서 UI(사용자 인터페이스), UX(사용자 경험)를 만들 때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다. 어쨌든 사용자들의 업무에 편의를 줘야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