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協 강연서 '신약개발 거대혁명' 예언
슈퍼컴퓨터 '마하'에 머리카락 등
수천명 유전체 분석 플랫폼 구축
AI통한 효능 예측 기대이상 성과
신약 성공률 비약적 상승 꿈 아냐
IT 활용 의약패권 새 시대 열려
치매·알츠하이머 등 극복 주력
“2~3년 내 혈액·머리카락 등에서 매일 유전자 정보를
모으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이렇게 모은 유전자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개인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주는 맞춤 의료가 가능해지지요.”
유전자 빅데이터 분석기업 신테카바이오(Syntekabio)의 김태순(사진) 대표는 신약 개발의 전통적 틀이 무너질 시기가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연 ‘신약 개발의 새 패러다임, 인공지능(AI)’ 세미나 강연을 마친 후 기자와 만난 김 대표는 “빅데이터에 AI·바이오 등 의료소비자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맞춤의약으로 가는 ‘거대한 혁명’이 오고 있다는 사실만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자 빅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해 제약회사들이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원한다.
2009년 설립 후 주로 국가과제를 담당한 연구소 기업이었지만 2016년부터 투자를 받아 민간의료 분야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이름과는 달리 바이오 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회사라고 단언했다. 그는 강연에서 “이제 정밀의료는 곧 AI 기반을 의미한다”며 “IT를 활용해 약을 개발한다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테카바이오는 유전자 슈퍼컴퓨터인 ‘마하’에 수천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넣고 통합 분석할
수 있는 개인 유전체 맵 플랫폼(PMAP)을 구축했다. 가령 신약개발 업체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파킨슨병 특정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맞는
효능이나 부작용을 일으키는 요인을 찾아낼 수 있다. 신테카바이오가
지난해부터 유전체 분석에 중점을 두고 AI 딥러닝으로 유전자 및
화학구조물을 학습시킨 결과 약물효능 예측결과가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유전자의 주요 변이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하면 현재 단 1~2%에 불과한 신약개발 성공률도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신약 산업은 보험수가와 자본주의 원리로 작동하는 제약산업 환경에 의해 변화해왔지만 앞으로 IT가 접목되면 미래의약 패권이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테카바이오는 현재 CJ헬스케어와 동물실험을 협업하고
있으며 15개 병원과도 손잡았다. 김 대표는 “치매·알츠하이머 등 아직 극복하지 못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맞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희대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한 의사 출신이다. 사업에 뜻을 품고 과감히 의사복을 벗은 그는 제약회사 한국MSD에서 이사를 역임하고 2016년 뒤늦게 신테카바이오에 합류했다.
의학과 IT를 모두 섭렵한 그에게 유전자 빅데이터 시장은 신세계와 같다. 그는 유전자 분석을 과거 IT 시장에서 컴퓨터나
인터넷이 붐을 일으킨 것처럼 20년 만에 한 번 찾아올 만한 새로운
기회에 비견한다. 그는 “선진국은 유전자 빅데이터의 투자 규모가 우리의 100배에 달하고 특정 유전자 데이터를 표준화할 정도로 앞서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와 업계도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IT와 의료·제약이 뭉쳐 협업한다면 조만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