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C 검사한 기자가 받은 충격적 결과지의 정체는?

청년의사 자매지 'KBR'의 마리안 창 기자는 최근 테라젠바이오 DTC 검사를 받아봤다. 채취 키트를 입 안에 넣어 샘플을 직접 채취해야 하는데 "아프지는 않다"(ⓒKBR).

헬스케어 산업에서 DTC 검사는 이제 그렇게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분야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신청만 하면 "병원에 안 가도 내 유전자로 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만하다.

'그럼 한 번 해보자'는 마음에 테라젠바이오 홈페이지에서 진스타일 Wellness 서비스를 신청했다. 36만원을 결제하면 유전자 샘플을 채취할 검사 키트를 보내준다.

검사 키트는 사용설명서와 동의서, 바코드, 채취 키트, 검체 발송용 봉투로 구성돼 있다. 채취 키트로 입안 세포 샘플을 떠내야 한다. 뺨 안쪽을 '쓱싹쓱싹' 긁은 다음 내 세포를 담은 '주걱'이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봉투에 담아 테라젠바이오 검사실로 보냈다.

청년의사 자매지 'KBR'의 마리안 창 기자는 최근 테라젠바이오 DTC 검사를 받아봤다. 채취 키트를 입 안에 넣어 샘플을 직접 채취해야 하는데 "아프지는 않다"(ⓒKBR).

13일 뒤 받은 결과지는 예상보다 더 새빨겠다. 69개 항목 중 주의 항목이 14개였다. 놀란 마음에 상세 항목을 하나씩 뜯어봤는데 꽤 흥미로웠다.

우선 내 몸은 카페인 대사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핏속에 카페인 대사 물질이 더 오래 남아 있으니 다른 물질과 뜻밖의 상호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높았다. 카페라떼를 못 마시는 이유가 유당불내증 때문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쩐지 다른 유제품은 아무 문제 없었다.

결과지에선 카페인은 물론 비타민·알코올·니코틴 대사와 의존도도 확인할 수 있다. 여드름이나 피부 노화, 탈모 관련 검사 결과도 나왔다.

가장 놀란 건 체질량 지수(BMI)가 비만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결과였다. BMI 검사를 한 이래 언제나 저체중이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저체중이라 헌혈도 어렵고 가족이나 친척 중에 비만인 사람도 없다. 물론 이 검사는 한국인 유전자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인은 유전적 요인이 BMI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 14.7%에서 최대 32%까지다(마리안 창 기자는 트리니다드토바고 출신이다).

이렇게 결과지는 항목마다 유전적 요인이 매개변수에 미치는 정도를 제시해 이해를 돕는다. 매개변수에 대한 정보나 개인별로 주의해야 할 증상(나는 카페인 대사가 느리니 신경과민이나 불면증을 조심해야 한다)에다 생활습관 개선 방안도 제시한다.

물론 DTC검사 결과지를 곧 처방전이나 진단서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DTC 검사는 각 기업이 보유한 유전자 유형이나 데이터베이스(DB)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유전자 정보로 낸 결과니 개인이 겪은 환경적 요인이나 생활 방식도 반영하지 않는다. 정식으로 질병 진단이나 치료 결정이 필요하면 의사를 찾아가자. 결과지도 이런 경우 의사와 상담하라고 권유했다.


DTC 검사를 위한 고객 유전 정보를 다루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라젠바이오 검사실(사진 제공: 테라젠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DTC 검사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DTC 기업이 '경쟁자' 국가 건강검진의 아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해외보다 엄격한 보안 규정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가 입 안을 휘저어 판교 테라젠바이오 검사실로 보낸 '개인 정보'는 어떻게 처리될까. 검사 정보는 법에 따라 폐기한다. 검사 시설도 분기마다 새로 검증받는다. DTC 검사 인증제 자체 유효 기간도 3년이다. 고객 개인 정보가 "어디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르는" 해외 기업과 다르다.

테라젠바이오 관계자는 "물론 해외 기업은 정보 수집과 보관이 가능한데 한국만 정보를 다 폐기해야 하는 규정에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는 유전자 정보를 내밀한 사적 정보로 받아들인다. (한국) 정부도 기업의 정보 관리 능력에 회의적이다. '안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뱅크가 귀중한 자원인 환자 맞춤형 의료 시대다. 이런 정보 폐기는 '자원 낭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테라젠바이오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참여 기업이기도 하다. 이런 빅데이터는 한국인이 어떤 질병에 취약한지 밝히는 자료다. 그러나 정보 보관과 폐기를 둘러싼 한국 사회 대립은 여전히 첨예하다. DTC 검사에 대한 논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